[유럽의 적, 트럼프?] ①"美 입국 금지 보복"...트럼프 유럽에 '관세전쟁' 확대하나

2020-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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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개 품목, 31억 달러 규모...에어버스 보조금 갈등·EU 입국금지 유지 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도 '폭탄 관세'를 메기기로 하면서 미국 무역갈등 전선이 유럽까지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이유로 입국제한 완화 국가에서 미국을 제외한 데 따른 보복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비지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산 올리브와 맥주·트럭 등에 관세를 새로 부과하고, 항공·유제·의류에는 기존에 부과했던 관세율을 높이는 무역법 301조 행정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신규 관세 대상은 총 30개 품목으로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월 26일까지 공청회를 거쳐 추가 관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EU 측은 미국의 관세 부과 경고가 양측의 무역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날 소식에 유럽은 즉각 반발했다.

EU는 추가 관세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홍역을 치르는 유럽 기업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관세가 코로나19 사태로 붕괴 위협을 받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훼손할 것이란 의미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선 유럽의 에어버스 보조금을 두고 양측이 갈등하는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보조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작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영국이 에어버스에 불법적인 보조금을 집행했다고 판단하고, 미국에 75억 달러 규모의 상계 관세 시행을 허용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도 WTO는 EU가 불법 보조금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에 추가 관세를 시행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EU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국경 개방 대상국에서 미국을 제외한 데 따른 보복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EU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폐쇄했던 국경을 7월 1일자로 개방할 예정인 가운데 입국 가능 국가와 입국 금지 국가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준은 최근 2주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 숫자의 인구 10만명당 비율이다. 현재 EU의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16명인데 반해 EU보다 5~10배 이상 많은 경우 입국금지 국가 명단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이다.

EU의 입국허용 대상 국가는 이번주 초 최종결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CNN은 EU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이 입국금지 국가 명단에서 빠질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관리 실패에 대한 국제사회의 질책(rebuke)"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심화하자 미국입국 금지를 전격적으로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같은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인다는 명분이다. 미국의 EU 무역수지 적자는 최근 몇 년간 확대한 상태다. 지난 2016년 1460억 달러였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178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충격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 등 EU 국가 일부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추진 중인 디지털세 도입을 부추길 뿐 아니라 외식 업계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도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영국 회계법인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스엘라스는 미국의 무역전쟁 움직임에 "잘못된 타이밍에 저지르는 잘못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1930년 대공황 당시 2만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해 최고 400%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인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예로 들며,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고율 관세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교역국들의 보복 관세로 인해 경제가 더 큰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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