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의견이 나올 경우, 검찰의 기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와 미래전략 등을 점검하는 총수 부재 사태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 반도체 업체의 추격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TSMC는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를 투자해 5나노(㎚) 기반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대만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서 신규 패키징·검측 공장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선제적인 투자로 TSMC가 파운드리 1위 수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TSMC는 삼성전자와 5나노 공정 경쟁에서도 한 발짝 먼저 나가고 있다. TSMC는 브로드컴의 칩과 NXP의 자동차용 반도체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5G(5세대) 이동통신용 모뎀 칩 X60의 일부를 5나노 공정 기술로 양산해서 TSMC 추격에 나선다.
TSMC는 애플의 PC 반도체 칩 생산까지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애플이 세계 개발자회의에서 앞으로 출시할 PC 제품에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 칩’을 탑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TSMC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추격이 쉽지 않은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이 쫓아오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는 지난 4월 중국 업체 중에 처음으로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연말께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128단 3D 낸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YMTC가 연말께 양산한다면, 한국 업체와의 기술력 격차는 1년 정도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 업체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 방심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10년 뒤에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도 올해 여러 차례 위기를 언급하며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달에만 두 차례 반도체 사장단을 모아서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현안을 점검했다.
지난 19일 화성 반도체연구소 방문 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개최한다. 현안위원회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