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죽음 내몰았던 기능대회, 메달 경쟁 사라진다

2020-06-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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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줄세우기 폐지·공동 메달제 채택해 기능 인재 양성 활력소 마련

전국 기능 대회[연합뉴스]



앞으로는 시도별 기능대회 성적을 순위로 발표하지 않는다. 도를 넘어설 정도의 경쟁을 부추겼던 메달 수여 역시 공동메달제로 바뀐다.

대회 준비를 하던 공업고교 학생의 죽음을 불러왔다는 논란을 빚은 전국 기능대회가 탈바꿈한다. 무조건 경쟁보다는 기능 인재 양성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미 교육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1등 우선주의를 해소해야 향후 불미스러운 결과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24일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 현장에 맞게 종목을 개편하고, 대회 일정(지방 4월→2월 말, 전국 9월→8월 말)과 대회방식(일반부와 학생부 분리 등)을 변경하는 등 기능경기대회가 학생들의 건강‧학습권 보장 하에 제대로 된 숙련기술 향상의 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됐다.

먼저, 과도한 경쟁 구도를 피하고자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특정 과제에 대한 반복 훈련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창의력 및 현장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고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방대회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전국대회 참가 자격을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서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종목당 1∼4명)까지 확대한다. 전국대회는 경쟁과열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를 폐지하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방식의 공동메달제를 도입한다.

상금 위주의 포상도 개선한다. 애초 금메달 1200만원, 은메달 800만원, 동메달 400만원인 수준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에서는 200만원을 낮춘다. 다만, 단기 해외 기술연수 프로그램 등의 보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의 경우, 준비 부담 해소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전국대회와 통합, 전국대회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해나갈 예정이다.

연이은 대회로 인한 학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계적으로 지방대회와 전국대회를 통합하고, 대회 개최를 방학 기간으로 조정해 학습권도 보장해준다.

기능경기대회의 수준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현장성과 취업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신산업‧디지털 분야 직종을 신설하고 사양 직종은 폐지하는 등 운영 직종을 개편한다.

이 밖에도 우수기업과 일자리 업무협약(MOU) 체결, 기업의 경기참관 확대, 전국대회와 연계한 취업박람회 개최, 해외취업 알선 등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및 참가자에 대한 적극적인 취업지원에도 정부가 팔을 걷을 예정이다.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건전한 경쟁을 통해 기술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기존의 소위 ‘기능반’을 정규 ‘전공심화동아리’로 구성‧운영하고 학교는 전공심화동아리 운영계획을 수립해 이를 이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전공심화동아리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및 방과 후에 운영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자유롭게 입‧탈퇴하며 학습권 보호를 위해 정규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보호 및 균형적 성장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야간교육, 휴일교육, 합숙교육이 금지된다. 정기‧수시 상담을 통한 심리 방역도 강화한다. 학생의 권익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연 2회) 및 수시 관리‧감독을 하고 산업인력공단 내 공익신고센터도 설치‧운영해 학생을 촘촘하게 관리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육계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있는 '1등 주의'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아 이후 대회가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능경기대회가 열심히 갈고 닦은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고 ‘숙련기술 향상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 기능경기대회의 예선전 격인 지방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경북지역 S공고 3학년 이 모 군이 지난 4월 8일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았으나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훈련을 강행하다보니 이 군에게 부담을 줬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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