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비대면 업무의 시작
지인에게 이성을 소개받고, 약속장소를 정해 첫 만남을 갖는 소개팅 과정이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온라인에서 이성을 소개받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범죄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1020 세대는 소개팅 앱이나 랜덤 채팅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다. 소개팅앱 아만다의 월평균 순 이용자 수는 11만 명을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 영상 채팅앱 아자르는 월 이용자수가 19만 명에 달한다.
김대현 토스랩 대표를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건 한 달 전 쯤이다. 잔디의 월 단위 사용자 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고, 가입자 수도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주목받던 때였다. 지난 5월만 해도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는 시기였기에 코로나19 이후 사업 방향에 대한 계획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올 2월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을 뿐이지,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협업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그 변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는 것이 아닌, 과거부터 지녀왔던 문제의식을 동일 선상에서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 김 대표에게 건넨 첫 번째 질문은 ‘잔디는 어떤 서비스인가?’였다. 이 하나의 질문에 토스랩의 미션, 온라인 협업 도구의 필요성, 현장 기업들의 변화 등을 10여 분간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물어볼 것 같아서 (한 번에 답변했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질문이 건네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왜 사람들은 잔디 서비스를 사용하고, 관심을 가질까. 토스랩 자체 조사에 따르면 잔디 사용 이후 해당 기업에 불필요한 오프라인 회의가 30% 줄고, 팀원 간 이메일 작성이 80% 감소했다. 업무 생산성은 56% 개선됐다. 관리자와 일반 팀원 모두가 느낀 변화였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는 이미 언택트 업무의 효과성이 증명되고 있던 셈이다.
김 대표는 “초반에는 주변 스타트업부터 고객화했고, 이를 레퍼런스 삼아 2018년까지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재밌는 점은 지난해부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아워홈, 경동도시가스, 파고다 등도 잔디를 쓰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는 ‘내부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던 기업들이 고민을 실행하는 시간을 앞당겼다. 비대면 업무를 카톡으로 처리하던 기업이 업무 전용 툴을 찾고, 직접 이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랩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월부터 5월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약 3개월간의 재택근무 성과에 대해 김 대표는 “낫 배드(Not Bad)"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처럼 업무가 고정돼 있지 않은 조직에서 직원들이 장기간 떨어져 근무했을 때, 팀 단위 업무에 있어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이 조금 더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다만,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집 내부에 온라인 협업 공간이 구축될수록 비대면 협업 트렌드는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하나의 회사 건물에서도 5층, 10층에 나뉘어서 일하고, 부서 특성에 따라 본사 건물을 벗어나기도 한다. 글로벌 시대에 직원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협업해야 하고, 이런 환경은 온라인 협업 툴을 필요로 한다”며 “현재 화상회의는 평면적이기 때문에 당장 대면 업무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데이팅 앱에서 처음 만난 이성과 교감하듯 워크 플레이스와 업무 형태가 변화면서 비대면 업무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