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된 베트남 빈스마트, 삼성 인력 유출에 점유율 하락까지 '속앓이'

2020-06-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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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 엔지니어 전문 인력 150명 빈스마트로 이동

삼성 1차 협력업체, 빈스마트에 납품하고 있어

삼성전자 베트남 시장 점유율 50%에서 30%대로 하락…빈스마트는 2년 만에 18% 점유율

삼성전자가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사인 빈스마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 자회사인 빈스마트가 저가폰 시장에서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빈스마트는 삼성 엔지니어 전문 인력까지 빼가며, 기술력도 서서히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 150명 인력 유출...삼성 속앓이

23일 삼성그룹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지난해만 150여명의 엔지니어 인력이 빈스마트로 갔다"며 "기술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베트남과 관계 때문에 베트남 정부에 항의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빈스마트는 삼성의 인력을 흡수하면서 저가폰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빈스마트는 삼성의 협력사에서 일부 부품도 공급받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빈스마트의 신형 제품 1~2종에 납품을 시작한다"며 "삼성에 납품하는 물량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 외에도 여러 업체들이 빈스마트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도 빈스마트에 공급하는 것을 허락했다"며 "부품업체가 장기적으로 삼성 의존도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삼성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인력 스카우트와 협력사의 빈스마트 공급에 대해서 속으로는 내키지 않지만, 드러내 놓고 막지 않고 있다.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1위 기업인 빈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베트남을 판매 시장보다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것도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 한 이유다. 실제 베트남 시장 내수 규모는 연 1700만대 수준으로 삼성전자 연간 스마트폰 판매 규모의 10%에도 못 미친다.

물론 베트남 정부도 외국 기업 중 1위 투자 기업인 삼성전자에 특별한 배려를 해주는 등 좋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베트남 정부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임직원 350여명에 대해 예외 입국을 허용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베트남 박닌에 공장을 지으면서 진출한 이후 현재는 타이응우옌 스마트폰 공장까지 합쳐서 연간 1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베트남 스마트폰 초기 시장 점유율도 50%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업체와 미국 애플 등 경쟁사의 약진으로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최근 30%대로 내려왔다.
 

삼성전자 최근 1년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현황.[자료=GFK]

 
◆호랑이가 된 빈스마트, 2년 만에 18% 점유율 기염

빈스마트의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월 7.7%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8%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년 전에 스마트폰을 내놨던 회사의 성장세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국가적인 지지를 받고, 베트남 국민 특유의 애국주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8개월 보증기간과 101일간의 교환 기간 서비스를 제공한 점 역시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쯔웅옥아인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최기영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선물했던 스마트폰도 빈스마트 제품이다. 베트남 자체 브랜드라는 점에서 정부가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빈스마트가 성장하는 방식은 중국 기업이 초기에 했던 것과 유사하다"면서 "삼성이 결국에는 저가폰 시장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과 베트남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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