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 부실" VS "재무제표 적정"…현산·산은 기싸움

2020-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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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회계탓 2년간 실제손익 오락가락

업계 "협상 속도땐 인수가 떨어질 것"

[사진=아시아나항공]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기자간담회에 이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 재점검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쟁점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리스 회계 적정성에 대해 현산 측의 주장이 옳다며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과거 재무제표 외부감사에서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게 했던 아시아나항공의 리스 요인이 매각에서 현산 측의 꼬투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원점 재협상'을 요구하며 그중 하나로 아시아나항공 회계처리 문제를 꼽았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으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구실 삼아 인수가 산정에 의문을 제기한 모습이다. 이에 산은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은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3월 공시된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냈다. 삼일회계법인은 '비용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통제활동을 설계하지 않았고, 항공기 리스(임대) 회계처리 정확성을 검토하기 위한 충분한 통제장치를 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꼽았다.

내부회계관리 감사는 기업의 회계 관련 내부통제 장치가 적절히 갖춰졌고 순탄하게 작동되는지를 따지는 작업으로, 작성된 재무제표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일반 회계감사와는 별개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와 달리 별첨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는 공정하게 표시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현산의 주장이 근거가 없었던 것일까. 이를 결론 내리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시기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공시를 살펴봐야 한다.

 

[사진=아주경제 DB]

지난해 12월27일 인수 계약이 맺어진 직후 12월30일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도 영업손익 전망을 통해 영업이익 2476억원, 순이익 636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외부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수치는 그야말로 정반대로 바뀌었다.

올해 3월 29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한 정정으로 영업손실 2841억원, 순손실 500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계약 직후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5000억원 이상 크게 줄어든 셈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재무제표를 공시하면서도 리스 회계 탓에 실적이 대폭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재무제표를 외부감사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외부감사를 진행하면서 항공기 리스와 정비부채에 대한 정보와 감사 증거를 충분히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외부감사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실적은 다시 급격하게 바뀌었다. 당초 영업이익 459억원, 순손실 125억원으로 공시된 재무제표는 영업손실 351억원, 손손실 963억원으로 수정됐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할 현산 입장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리스 회계 탓에 당초 발표와 크게 변경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회계를 무작정 신뢰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결국 현산의 주장을 마냥 근거 없는 꼬투리로 생각할 수는 없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만한다고 반박하면서도, 현산과 만나서 협의하자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가 재조정이 뒤따를 수 있는 원점 재협상을 거절하지 않은 것은 현산 측 주장에 나름 일리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감안해 현산의 주장에 반박하면서도 만나서 협상하자는 양면 전술을 활용하는 것 같다"며 "현산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닌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 인수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회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손실 규모를 적게 산정한 것이 아니라 외부감사인과 시각이 달라 보완 과정에서 실적이 변경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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