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장전입' 움직임 벌써부터...실거주 요건 강화 직격탄 맞은 재건축

2020-06-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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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실거주집, 본가에 세입자...실거주 소명 어렵지 않아"

실거주해야 하는 임대사업자, "과태료 3000만원 불사할 것"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 = 윤지은 기자]

"본인이 방 하나에 전입신고하고 나머지 방 두 칸에만 세입자를 받아도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느냔 문의가 오늘만 여섯 통쨉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G중개업소 대표).

19일 찾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6·17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문의로 정신이 없었다. 내년부터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는 분양자격을 얻기 위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길게는 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채우는 동안 분양신청 시기가 다가오면 현금청산자가 될 수도 있어서다. 불안감에 나오는 급매물들도 늘었다.

대다수 임대사업자는 여의치 않을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내고라도 들어와서 살겠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실거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위장전입 가능성을 묻는 문의도 쇄도했다. 은마아파트 인근 G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은마 근처에 실거주하는 집이 있고 은마에는 세입자가 있으니 실거주 소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19억원에 거래된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31평)은 현재 18억5000만원, 19억원에 나와 있다. 모두 전세를 낀 물건이다. 자가거주가 가능한 것은 19억5000만원, 20억원에 나와 있다.

전용 84㎡(34평)의 경우 지난 10일 21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22억1000만원, 22억9000만원 등에 나와 있다. 최근 21억원에 나왔던 물건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했다. 이 물건 역시도 세를 안은 것이다. 전용 84㎡는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가장 낮게 거래된 게 18억9300만원이다.

아직까지 법인 소유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은마는 총 4424가구 가운데 열 가구 정도가 법인 소유다.

올해 안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서두르는 것도 여의치 않을 공산이 크다. 신청에 앞서 아파트 소유주 간 이해관계가 정리돼야 하는데, 은마아파트 등의 경우 추진위와 비대위 간 갈등이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현재 은마에는 은소협, 은마반상회 등 다수 비대위가 추진위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대사업자들이 실거주를 하면 매물이 줄어들어서다. 인근 M중개업소 대표는 "은마는 등록된 임대사업자만 328가구인데 집주인이 다들 들어오겠다고 하면 그 많은 세입자는 어디로 가겠나"며 "결국 서민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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