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아주경제DB]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올해 절반이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직 종합검사를 단 한 곳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일정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초 17여개 금융사에 종합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최근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등 예측되지 않은 금융사고가 많아 금감원 검사 인력의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올해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검사 일정을 생각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던 탓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감원 안팎에서는 고위층과 검사 인력이 종합검사를 기피하고 있어 6월이 지나도록 일정을 확정치 못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종합검사를 기피하는 것은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2015년 폐지된 종합검사를 4년 만인 지난해 4월 부활시켰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의 수검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또 당시 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즉시연금 지급 문제에서 금감원과 충돌하는 금융사를 강경하게 징계하기 위해 종합검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금감원은 이 같은 반대와 논란을 정면 돌파해 종합검사 부활을 이뤄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현장검사 후 1년이 다 돼 가도록 KB지주·국민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금감원 종합검사 대부분이 현장검사 이후 2~3개월이면 제재 사항을 확정하고 결과를 공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4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에 금융권에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간단히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진행했으나 체면을 차릴 만한 제재 사항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실시하면 현장검사 후 3개월 내에 결과를 통보해 왔다"며 "결과 발표가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지난해 시행한 검사에 대한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 상황이라 금감원이 향후 종합검사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앞으로 종합검사 여건이 더욱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개정한 검사제도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사 검사를 진행한 후 최대 6개월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만약 결과 통보가 이 기간을 넘을 경우 금감원은 관련 사유를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은 이달부터 종합검사를 포함해 금감원이 시행하는 대다수 검사에 적용됐다. 앞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한다면 지난해처럼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종합검사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까지 운영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금융 소비자를 위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라 말 안 듣는 금융사를 저격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