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저점 이후 이어진 가파른 랠리를 보자면 언뜻 개미 투자자들이 승기를 잡은 것 같기도 하다.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는 3월 저점보다 39% 넘게 올랐다.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 드러켄밀러와 폴 튜더 존스도 시장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실수를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월가 머니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가를 주름잡는 많은 헤지펀드들은 주식 전망에 무시무시한 경고를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중에는 '헤지펀드 제왕'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가 있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브리지워터는 최근 증시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지워터는 이번 주 고객에 보내는 서한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국 수익의 최대 동력이었던 세계화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여파에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공급망을 이중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 기업들의 관심이 비용을 최적화하는 데서 안정성 추구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인텔과 대만 TSMC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세계화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나 수익이 나빠질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다.
아울러 브리지워터는 "전반적인 순익이 회복하더라도 일부 기업은 망하거나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면서 "순익이 줄고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더 많은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공매도로 수익을 노릴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덴버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크레스캣캐피털이 주인공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추후에 매수해 되갚는 투자 전략으로, 주가 하락을 통해 차익을 노릴 때 이용된다.
케빈 스미스 크레스캣캐피털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시장에 투기가 판을 친다. 이를 부추기는 건 밀레니얼 단타 투자자들"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료 증권거래앱 '로빈후드'를 통해 증시에 몰려오는 젊은 개미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가 주식 가치를 과도하게 높여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미스 CIO는 "터무니없는 희망이 주도하는 시장은 늘 끝이 좋지 않았다. 경기 하강 주기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심판'을 촉발할 촉매는 차고 넘친다"며 "현재는 공매도 비중을 상당히 늘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주장은 앞서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레온 쿠퍼맨을 통해서도 나왔다. 그는 "그들(개미 투자자들)은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결국 눈물을 쏙 뽑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가 머니매니저 가운데 80%는 뉴욕증시가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BoA가 설문을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만큼 월가에서는 펀더멘탈을 앞지르는 증시 랠리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CIBC프라이빗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언 CIO는 "많은 헤지펀드들은 호흡이 긴 게임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강하고 빠른 랠리에 대해 의구심이 짙다. 경제에서 뭔가가 망가졌고 그것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헤지펀드 업계의 시각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