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투자자[연합뉴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폭락한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뎌 2배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었으나, 지인의 권유로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시장의 흐름에 동참한 결과였다. 다만, 주식 투자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A 씨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또다시 폭락장을 맞게 되면 투자액을 늘려볼 생각이다.
#대전에 거주하는 주부 B 씨는 지난주까지 대전의 아파트를 새로 매매를 해야 할지 전세를 살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2년 뒤에는 첫째 아이가 학교에 다녀야 하고 둘째도 성장하기 때문에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매매가가 최근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가격 정점에 매입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매매하려면 다소 버거운 대출 원리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B 씨는 전세로 발을 돌렸다. 주변에서는 전세를 끼고 매입을 하는 '갭투자'를 하면 많은 자금을 들이지 않고 일단 사서 1~2년 뒤에 자금을 준비하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대전 투기 지역 지정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돼버려 B 씨는 다소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C 씨는 최근 로또 자동 당첨 1등이 나온 '명당' 로또 판매점 소식에 부랴부랴 해당 판매점을 찾았다. 최근 23차례 자동 1등 당첨자가 나온 명당은 무려 16곳이어서 C 씨는 해당 판매점의 기운을 받아 '로또 대박'을 꿈꿨다. C 씨는 "가끔 생각이 날 때 로또를 사는데, 이번에는 1등 당첨 판매소에서 1주일에 1번은 살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이라고 알려진 주식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변동성 때문에 빚어진 현대인의 자화상이 돼 버렸다.
19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윅스는 최근 3개월 동안 증권 앱을 새로 내려받은 사람이 지난해 같은 기간 26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 앱을 새로 깐 안드로이드 기기 수는 3월에 160만 242대, 4월에 88 만5452대, 5월에 54만 9709대로 3∼5월 총 303만 5403대에 달했다. 아이지에이윅스 관계자는 "3∼5월 신규 설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배 많았다"면서 "특히 코스피 지수가 1천458까지 떨어지며 최저 수치를 기록했던 3월 19일에 증권 앱 신규 설치자 수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두드러진 시기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 시장으로 쏠리면서 오히려 시장을 이끌어갔다는 게 주식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할 곳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경제 위기 경험을 토대로 주식 시장이 일정 기간 이후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소시민이 주목한 것이 바로 갭투자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은 갭투자를 정밀 타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당수 부동산 법인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적게는 10개 미만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저가 매물을 갭투자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식으로 이익을 거뒀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다만, 갭투자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에 사실 당장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서민의 내 집 마련 마련 방법의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D 씨는 "대전의 주택 가격이 최근 들어 갑자기 뛰어오른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규제 탓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전세살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며 "더구나 신혼부부도 아니고 자녀가 1명 수준인 상황에서 신규 분양에 도전한다고 해도 당첨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받지 않기만을 기원할 뿐"이라 푸념을 털어놨다.
막상 투자할 곳이 없는 서민들이 결국 찾는 곳은 '로또' 판매소라는 얘기도 나온다. 직장인 E 씨는 "로또는 당첨되지 않으면 돈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등 당첨자가 지속해서 나온 '명당 로또 판매소'에서 1등만 되면 그동안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찌 보면 당첨이 되기까지 쓴 돈이 투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서민들의 불안정한 자금 운용에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꼼꼼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거시 측면에서의 정책 마련은 있어도 경제 현장에서의 각종 변수에 대처하는 미시적인 경제 정책 마련에는 다소 부족해 '탁상행정'을 벌이는 것은 아니냐는 얘기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받는 부분도 크지만, 시장에 자금이 풀리고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적은 상황에서 더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정부 정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얼마나 생길 수 있는지, 시장의 또 다른 풍선효과는 없는지를 반걸음이라도 앞서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