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면직안 재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김 장관에 대한 면직 처리가 즉각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을 깨고 장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연철 장관에 대한 사표는 처리가 됐느냐’는 질문에 “아직 문 대통령의 재가가 나지 않았다는 것까지만 확인해 드리겠다”고 답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전날에도 “오늘은 재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 전달한 바 있다. 통일부가 이날 내부적으로 준비한 김 장관의 이임식은 열리지 않았고,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 장관 역시 이날 출근했다.
문 대통령이 재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남북 관계 단절의 책임을 통일부 장관에게만 물어 경질시키는 듯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에 대한 임면 절차 규정에 따르면 △통일부가 인사혁신처에 면직 제청 △인사혁신처가 국무총리에 보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면직 제청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후임 장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된 뒤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할 때 후임 장관이 임명되기까지는 최소 한달가량이 걸린다. 최근 남북 관계의 긴장 상황에서 북한의 비난 담화가 계속될 경우, 대응할 ‘카운트파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통일부 장관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학자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의 통일부 장관이 점쳐진다.
우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이행에 깊숙이 관여했고, 북한이 가장 신뢰하는 여권 인사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후임 장관으로 거론된다.
다만 지난 1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으로 취임한 임 전 실장은 한반도 평화 구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입각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4선 이인영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5선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4선의 우상호 의원, 3선의 홍익표 의원 등 역시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통일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지낸 서호 통일부 차관의 승진 기용 가능성도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남·북 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우리 군의 감시 및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업지구 부대 전개와 철수된 민경초소(감시초소·GP) 재진출 등을 예고하면서 북한군 동향에 대해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