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독립유공자 후손 간 '친생자' 분쟁...실익 없으면 소송 못내"

2020-06-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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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관련 판례 모두 변경

독립유공자의 후손들 사이에서 발생한 '친생자' 분쟁에서 "소송의 실익이 없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독립유공자의 증손자가 '증조 할아버지의 장녀로 알려진 인물이 사실은 친생자가 아니다'라며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같이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민법상 친족이라는 신분관계를 가졌다면 일률적으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청구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도 부분적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독립유공자의 증손자임을 주장하는 A씨가 먼저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된 B씨를 문제삼아 제기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독립유공자 C씨는 건국훈장 추서 결정과 함께 포상대상자로 선정됐다. C씨는 아들 하나, 딸 둘을 두고 있었는데 둘째 딸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은 추서 결정을 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추서 결정 이후 둘째 딸의 아들이 독립유공자 C씨의 손자로서 보훈처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됐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B씨가 C씨의 손자임을 주장하면서 자신을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해달라고 요구했다. 보훈처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B씨는 직접 소송을 냈고, C씨의 첫째 딸이 자신의 어머니임을 증명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는 C씨의 첫째 아들이 자신의 할아버지이고 자신은 C씨의 증손자라면서 선순위 유족은 자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B씨가 C씨의 손자가 아님을 확인받겠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본인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C씨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취지였다.

1심은 B씨가 C씨의 손자가 맞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승소, 패소 판결을 낼 일이 아니라면서 각하했다. A씨 주장을 받아준다고 해도 A씨가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이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르면 나이가 가장 많은 손자녀만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했던 둘째 딸의 아들이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에, A씨가 소송에서 이겨도 이 법률에 따라 선순위 유족은 둘째 딸의 아들이 된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은 그 소송을 통해 얻을 실익이 있는 사람만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C씨 후손들의 상황을 보면 A씨는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선순위 유족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2심은 이번 사건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제기한 소송이기 때문에 각하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1981년 전원합의체 판결(80므60)에서 민법 상 친족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면서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따져달라고 했다.

전원합의체는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므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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