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뉴욕증시는 코로나19 대유행 공포가 극에 달했던 3월 중순 이후 최악의 낙폭을 썼다.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6.9%(1862p) 폭락했고, S&P500지수는 5.9% 미끄러졌다.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나스닥도 5.3% 곤두박질쳤다.
시장은 코로나19 재유행 공포에 휩싸였다. 11일 이날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급증세를 나타냈다.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일부 지역에서 재확산 조짐이 일면서 2차 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라자드자산운용의 로널드 템플 미국 주식 총괄은 "최악의 실업사태가 지났지만 일부 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이제 막 시작된 경제 회복이 꺾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압도할 수준의 코로나19 환자 급증이 또다시 찾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CNN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10월 1일 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약 17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 모델을 공개했다. 4달 안에 사망자가 6만명 더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유행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뉴욕증시는 경제 재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위험을 간과하고 있었다. 만일 재유행이 확실해질 경우 뉴욕증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티븐 아이네스 악시코프의 수석 전략가는 "미국에서 신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를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차 유행은 코웃음 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짚어준 암울한 경제 현실
연준이 짚어준 암울한 경제 현실도 시장을 짓눌렀다. 하루 전 연준은 2022년 말까지 현행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공격적인 자산매입을 이어가면서 경제를 전력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월 미국 비농업부문에서 일자리가 깜짝 증가하고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시장은 내심 경제 전망을 기대했지만 V자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연준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노던트러스트자산운용의 캐티 닉슨 수석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V자 반등을 기대하던 사람들이 엄연한 현실 앞에 기대를 낮추고 있다"면서 "최근 랠리는 상당히 취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정 진입?..."매도가 매도 부를 것"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 재개와 맞물려 고속 반등하던 뉴욕증시가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3월 중순에 기록한 저점 대비 40% 가깝게 올랐다.
로리 헤이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로리 헤이넬 투자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바닥부터 놀라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랠리를 봤다. 2차 유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게 시장 하락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슈왑센터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파생상품 부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앞으로 높은 변동성과 폭락장세가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는 5~10% 조정을 받을 처지였다. 그러나 하루에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날은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 따라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변동성지수(VIX)는 40을 넘기면서 하루 새 50% 넘게 폭등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최고조였던 3월 중순에는 80을 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