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만기일이 동시에 찾아오는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에 국내 증시가 급격히 출렁이며 10거래일만에 하락 마감했다. 오전 장중 2200포인트를 찍었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1% 넘게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순매도를 나타내며 하락 폭이 커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1포인트(0.86%) 내린 2176.78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반락했다. 6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를 맞아 기관과 외국인의 주식 현물 매도세가 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1조1812억원을, 외국인은 1200억원을 순매도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스프레드(원월물과 근월물간 가격차) 시장가는 외국인의 매도 롤오버(만기 연장)이 여전히 앞서다 보니 -0.6~-0.7pt 밴드를 맴돌고 있다"며 "신흥국 및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가 아직 신중론 내지는 경계론이 앞선다고 보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증시에서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1169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는 159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체 프로그램 매매는 2764억원 순매도로 나타났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를 맞아 외국인과 금융투자가 동시에 선물을 사고 현물을 매도하며 증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0.00~025%로 동결하고, 2022년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주가에는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미 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 만큼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연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 수준이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까지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은 기대감과 유동성이었는데 두 가지 요인 모두 이미 실현된 상태"라며 "뉴욕에서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지고 정부가 퍼부은 유동성의 힘도 이미 확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에서 양적완화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해도 이미 증시에는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 주가 수준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증시에서 일반적으로 호재라고 여기는 요인들은 대부분 실현됐지만 악재 요인들은 더 지켜봐야 할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2100 이상에서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