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가의 9억원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대출 기준과 서울 강남에 집중된 분양가 규제 탓에 수도권 전역의 분양가가 상향 평준화로 이어지는 조짐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분양을 진행한 인천 송도동 '더샵 송도센터니얼' 전용면적 98㎡의 분양가는 8억9900만원으로 책정돼 9억원을 간신히 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택지에서 분양됐던 아파트들보다 총분양가를 3억~4억원가량 비싸게 책정하면서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활로는 열어둔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을 진행한 경기 하남의 '위례신도시 우미린 2차'의 분양가도 평형에 따라 7억440만~8억9990만원이었다.
현재 분양아파트 대상의 중도금 대출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종류와 상관없이 분양가 9억원 이하 비(非)고가주택에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가 덜하고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았던 인천·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8억원 중후반대의 키 맞추기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대책이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대출규제에 방점을 찍은 만큼 청약 열풍을 악용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 탓에 평형이 넓은 아파트보다 오피스텔 가격이 높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공급에 나선 경기 화성의 '동탄역 헤리엇' 아파트는 전용 97㎡의 분양가가 층수에 따라 4억원 중반~5억원 중반에 형성됐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84㎡가 최저 4억6000만원에서 최고 6억9000만원을 기록하며 아파트 분양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반면, 오피스텔은 규제가 없어 오피스텔 분양가가 아파트를 역전한 것이다.
부동산114의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화되기 전 신축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예비청약자들이 모이면서 분양가가 높은데도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며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주변 단지의 시세보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데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 신청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