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본소득 논쟁 속 고용보험에 힘 실은 文

2020-06-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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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주재…고용안정망·사회적 대타협 중요성 강조

‘일자리=최고 사회안전망’…‘한국판 뉴딜’로 실현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제’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부겸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주요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기본소득 도입 문제에 놓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회안전망은 고용안전망 구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고용보험 우선 도입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넓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말했다.

고용보험 대상은 20대 국회 막판에 예술인을 추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소폭’ 확대됐다. 정부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대출모집인, 대리운전사, 방문판매원 등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고용보험 대상자를 특고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 사회적 불평등 타파 화두로 제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먼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다”면서 “현재의 코로나 위기에서도 불평등이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예기치 않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불평등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면서 “임시직·일용직·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에 고용 충격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격차를 더욱 키우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국가의 기반을 강력히 구축해 나가겠다”면서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상생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위기 극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대규모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살려나가면서 특히 어려운 40대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과 함께 지역상생형 일자리 창출에도 속도를 더해주기 바란다”면서 “상생협력은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고, 서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가 최고의 사회안전망”이라며 “정부는 고용 유지를 위한 강도 높은 지원책과 함께 위기 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정부를 이를 위해 취약계층 55만명에 대해 긴급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실직자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해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면서 “노·사·정 간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 모두가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실업부조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으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잘 준비해 2차 고용안전망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실업부조제도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도록 제도를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긴급복지지원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위기가구를 제때 발굴하고 속도감 있게 집행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와 함께 복지체계를 꼼꼼히 전달해 생계가 어려운 가구에 대한 지원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 취약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노력도 더욱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기본소득 vs 고용보험…엇갈리는 여권 내 대권잠룡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논쟁의 불을 지핀 기본소득을 두고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엇갈리고 있다. 성남시장 재임시절부터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의 시각으로 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을 강조한 반면, 복지정책으로 바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사회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닥쳐올 위기에서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며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당장 닥친 코로나 위기에서 기본소득 지급은 대증요법이 될 수 있지만, 기본소득을 ‘코로나 이후’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우선 돼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야말로 배고픈 사람에 빵 먹을 권리를 담보하는 제도”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시장은 “모든 국민에게 사실 의미 있게 돈을 지급한다고 하는 것은 지금 현재 재정상황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불평등 사회가 굉장히 심화될 것이고, 이것은 또 다른 재앙이다. 그것을 우리가 사전에 방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의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신동근 의원은 최근 민주당 176명 전원이 속해 있는 단체채팅방에 ‘한국적 현실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을 ‘함몰된 우파적 기획’으로 규정하고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기본소득으로 이를 복지와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는 정확히 빌 게이츠 등과 서구 우파들이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이유와 정확히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지사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해소) 대신에 경제 활성화(살리기), 경제 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신 신 의원은 ‘전 국민고용 보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전히 선별복지와 사회투자가 답”이라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취업제도, 전국민고용보험제가 바로 사회투자의 확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경기지사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기본소득 문제와 관련해 김 비대위원장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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