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넥슨 10년 미래 책임질 ‘초격차’ 전략, "제2의 던파 찾아라"

2020-06-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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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IP 보유 기업에 1조8000억원 투자 계획

IP 개발 시도했으나 비용 지출 크고 실패 리스크 커... 기존 인기 IP에 투자로 계획 선회

‘초(超)격차’란 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차이를 의미한다. 특정 분야의 선두 기업들이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펼 때 사용되는 단어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권오현 전 회장이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이끈 경영전략으로 ‘초격차’를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이후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이 ‘5G 초격차’를 언급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선 ‘넥슨식(式) 초격차’가 주목받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창사) 26주년인 2020년은 넥슨의 10년을 결정지을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우리가 가진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욱 투자해 ‘초격차’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플스토리’와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와 같은 기존의 넥슨 인기 게임들의 업데이트, 신규·복귀 이용자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최근 넥슨은 새로운 IP(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 글로벌 유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넥슨 매출(2조6840억원)의 68%에 달하는 규모다. 넥슨은 앞서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투자 재원 목적으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차입했다. 게임업계에선 넥슨이 새로운 IP를 확보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게임사에 이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넥슨은 투자할 기업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주요 게임사와 콘텐츠 기업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넥슨 주요 게임 이미지. 왼쪽부터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사진=넥슨 제공]


◆ 대규모 투자 결정, 왜?

넥슨은 ‘카트라이더’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스테디셀러 IP를 다수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넥슨이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둔 신작들 대다수가 기존 I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최근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해 화제가 된 캐주얼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PC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의 IP를 모바일로 이식한 게임이다. 카트라이더 IP는 PC와 콘솔에서 모두 구동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라는 게임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연내 출시될 신작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 연’은 넥슨이 1996년 4월 출시한 국내 최초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나라’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넥슨이 올해 중국에서 출시할 신작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액션 PC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IP를 모바일로 재활용한 게임이다.

그러나 이 IP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넥슨의 약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넥슨이 최근 출시한 게임들은 소위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넥슨의 미래를 책임질 신규 IP의 부재는 넥슨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넥슨은 그동안 자체 IP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넥슨이 2012년부터 5년간 20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입한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출시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서비스가 종료됐다. 듀랑고는 출시 당시 양산형 MMORPG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서버 다운, 버그 등을 포함한 콘텐츠 운영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았고, 게임 특성상 모바일보다 PC에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넥슨이 2011년부터 9년간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는 정식 출시도 되지 못한 채 중도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이 게임은 동화풍의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키웠으나, 넥슨은 국내외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넥슨이 지난해 초 자체 IP를 통해 연달아 선보인 모바일게임 ‘스피릿위시’와 ‘트라하’도 흥행하지 못했다. 스피릿위시는 정식 출시 1년여 만에 국내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외에도 넥슨은 지난해 11월 사내 공지를 통해 개발 중이던 신규 게임 5종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신규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바일 MMORPG ‘V4’가 출시 후 현재까지 주요 앱마켓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한 건 소기의 성과다.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이용자 1000만명 돌파 이미지.[사진=넥슨 제공]


◆ 자체 IP 개발, 비용 지출 크고 실패율도 높아... 기존 인기 IP 보유 회사 인수로 계획 선회

개발 기간의 장기화, 막대한 투자 비용 등 신규 IP 개발의 어려움을 경험한 넥슨은 유수의 IP를 보유한 게임사,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틀었다. 지난해 7월 스웨덴 게임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패트릭 쇠더룬드가 설립한 회사로 유명하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CEO(최고경영자)는 "훌륭한 경영진이 운영하고, 주요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소유한 회사에 우리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우수한 IP를 창출하고 지속할 수 있는 검증된 능력을 갖춘 기업과 장기적 관계로 발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넥슨의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도 담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한국을 제외한 북미·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매출이 모두 줄었다. 해외 매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은 3661억원(약 33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매출은 59% 감소한 175억원(16억엔), 북미·유럽 매출은 25% 감소한 459억원(42억엔)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3792억원(347억엔)으로, 중국 매출을 추월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을 밑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사와의 우량 IP 제휴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 판단한다”며 “본격적인 주요 IP의 모바일화와 더불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글로벌 IP를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넥슨은 새로운 e스포츠 사업도 예고했다. 기존 인기 게임 IP를 개방해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쉽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과 협력해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연중 소규모 온라인 대회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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