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억지 창업보다 창직(Job Creation)이 우선이다

2020-06-0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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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다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더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문형남 교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코로나19 팬데믹(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겪으면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 최근 방송 인터뷰를 몇 번했는데, 그동안 로봇이 하는 일이 제한적이었는데 이제는 로봇끼리 협업하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제는 로봇끼리 협업을 넘어서 사람과 로봇도 협업을 해야 한다. 필자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는 여러 근거를 통해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가 많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아디다스는 2016년에 중국에 있던 공장을 폐쇄하고 독일로 옮겨 스피드(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600명이 일하던 공장에 10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20년 내에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 산업 일부에서 사람들이 일하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 1, 2, 3차 산업혁명의 발전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1, 2, 3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자리 이동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창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창업을 강조하고 창업에 많은 예산을 퍼붓고 있는데, 필자는 창업보다 창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창업과 함께 창직에도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정책을 보면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창직은 고용노동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제는 창직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정부 16개 부처의 창업지원 예산은 1조 4,517억원으로 전년보다 29.8%나 증가했다. 부처별 지원규모중 가장 높은 부처는 창업과 벤처 전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86.9%로 1조 2,611억원이고, 다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90억원으로 3.37%이고, 세 번째는 행정안전부가 355억원으로 2.5%이고, 네 번째는 고용노동부로 316억원으로 2.2%에 불과하다. 창업에 대해서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을 통해 넘쳐나게 많이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창직에 대한 지원은 매우 빈약하여 거의 없다시피 하다.

창직에 대한 지원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매년 청년취업아카데미내에 창직과정을 넣어 지원 하는 경우와 지자체나 서울시50+센터의 창직교육, 서울시여성인력개발센터의 창직진로전문가과정 등 일부 교육비 지원 있는 정도다. 지난 5월1일 발효된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의무화 법에도 재취업, 창업에 관한 교육은 있지만 창직에 대한 교육은 없다. 창업은 기업을 새롭게 설립하는 것으로 창업자가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이용해 사업 아이디어에서 설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조직을 설립하는 행위를 말한다.

창직(Job Creation)은 스스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재능과 능력을 바탕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로 신직업과 직무를 발굴 및 보급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보급하는 창조적 활동을 말한다. 창업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반드시 기업을 설립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창직할 경우 노동시장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기업에 취업하거나 새롭게 기업을 설립하는 창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신규 채용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취업도 어렵고 경기가 안좋으니 창업도 어려운 시기이다. 창업 환경이 어려운데 억지로 창업으로 내몰면 실패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쏟아져 나오는데 기존의 정책으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청년이나 은퇴자들에게 창직교육 및 자금지원을 활성화하여 우선 자신의 직업을 만들어 프리랜서나 협업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해본 뒤에 직업으로서의 가치와 경제성, 사업성을 평가 받고 취업단계 또는 창업단계로 진입해야 실패율이 적어지고 창직자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창업에는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창업 희망자가 창업교육을 무료로 받고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매우 많다. 그러나 정부가 창직교육에는 전혀 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창직 희망자들은 전액을 자비로 부담하여 창직교육을 받고 있다. 그래도 교육 수요가 많다. 필자도 개인 부담으로 창직교육을 받고 AI융합비즈니스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창직했으며, 대학원 교육 등을 통해 AI융합비즈니스를 전공한 학생들을 AI융합비즈니스컨설턴트로 양성하려고 준비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느라 재정 상황이 어려우므로 창직지원을 위해 새로운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려우며, 창업지원 예산의 일부를 창직지원으로 전용해서 창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창직컨설턴트나 창직교육자를 양성하는 교육에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된다. 필자는 창직 등을 위해 학회나 협회 등을 만드는데 발기인으로 4번 이상 참여를 했다. 비영리법인 허가 기간도 부처마다 차이가 크다. 보통 두 달 정도 걸리는 데, 한 달 만에 처리해주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석 달 이상 걸리는 부처도 있다. 일자리 창출과 창직 지원을 위해 학회나 협회 등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할 때도 빨리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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