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권 분양가를 집중 통제하면서 부동산 가격 왜곡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남과 강북 분양가가 거의 같아지는 사례가 나타나는가 하면 강원도 속초의 분양가가 웬만한 경기 지역을 웃도는 '기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강원도 속초시 '속초디오션자이'를 3.3㎡당 1372만원에 공급했다.
서울 분양가가 경기도보다 낮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수색·증산뉴타운 내 조합 대부분은 3.3㎡당 2100만원 안팎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2018년 12월 모집공고를 한 수색 9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1965만원이었다.
앞서 지난달 선보인 고양 덕은지구의 'DMC리버포레자이'(2583만원), 'DMC리버파크자이'(2630만원)와 비교하면 500여만원 낮은 수준이다.
이는 강원도나 경기도가 비조정대상지역으로, HUG와 지자체의 분양가 규제가 서울보다 느슨한 데 따른 '촌극'이다.
HUG의 비정상적인 분양가 규제로 강남과 강북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동대문구 용두6구역(래미안 엘리니티) 분양가가 최근 3.3㎡당 평균 2745만원으로 책정됐다. HUG가 제시한 강동구 둔촌주공 분양가가 3.3㎡당 2950만~297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둔촌주공과 용두6구역 분양가 차이가 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베일리의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평균 5560만원인 반면, HUG가 요구하는 일반 분양가는 이보다 600만원 낮은 4900만원 선이다.
같은 자치구에서 같은 달 분양승인을 받은 단지의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1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역롯데캐슬'의 분양가는 3.3㎡당 3830만원이다. 20여일 먼저 공급에 나선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분양가는 2813만원이었다.
이처럼 HUG가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공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분양가 결정권을 쥐고 흔드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HUG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의무적으로 주택보증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사실상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강남 부동산 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시장 논리가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입을 모아 "분양보증을 하는 기관인 HUG가 분양가를 결정하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HUG의 독점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만큼 민간이 분양보증을 하는 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UG의 갑질이 이어지자, 감사원도 최근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측은 기관정기감사의 일환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기관운영 전반에 걸쳐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관정기감사는 통상 15일 정도 걸린다"면서 "기관운영 전체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각종 정부 부처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기관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기감사를 실시한다. 감사대상은 주요사업을 포함해 예산, 조직 등 기관 전반에 대한 모든 내용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