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앞에선 사람들] ①'봉쇄세대' 고용절벽 日 시장에도 충격

2020-06-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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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일본 고용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정상화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일본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비교적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했던 일본에서는 최근 고용시장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정적 지원을 통해 본격적으로 취업률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기업들 역시 새로운 대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제 일본 고용시장에 상륙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매체는 일본 총무성 발표를 인용, 일본의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4월 완전실업률(계정 조정치)이 2.6%로 전월 대비 0.1%p 높아졌다고 전했다. 2017년 12월(2.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실업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일본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비상사태 해제에도 코로나19가 '조용한 확산세'를 계속 펼치고 있어 5월 완전실업률이 또다시 최악의 기록을 경신할 수 있어서다.

실업률 증가와 함께 전체 취업자 수도 코로나19 여파에 맥을 못 추고 곤두박질쳤다. 전체 취업자 수는 6625만명을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4월 한 달 동안 일본의 전체 취업자 수가 80만명 줄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월 단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7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총 2019만명으로 97만명 줄어 2014년 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또 4월 휴직자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취업자로 분류된 이들 가운데 4월 휴직자는 420만명으로 3월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대규모 인력과 과잉 수용력을 앞세운 일본 기업이 코로나19 앞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양새다.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0년대 글로벌 첨단기술 검품 붕괴 때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일본이 '최악'의 고용지표를 기록한 데는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실내에서 함께 생활할 때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기업들은 새로운 근무 환경 조성에 나섰다. 재택근무나 교대 출근 등 새로운 근무 형태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고용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수요가 감소로 추가로 공급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 기업들은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일자리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 계약직, 임시직 근로자 등은 코로나19발 감원 역풍을 그대로 맞고 있다. 일본 내에는 이처럼 고용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무려 36.2%나 차지한다.

아울러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책 가이드라인' 역시 고용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게이단렌은 일본 정부가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39개현의 긴급사태를 해제한 날, 이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면서 재택근무나 교대 출근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은 것도 인력 시장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가 됐다.

온라인 화상회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미쓰이 스미토모 보험사는 1차 심사에서 온라인으로 1000명 이상의 구직자를 만나본다는 계획이다. 미쓰이 보험사는 "구직자와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놓고 6월부터 화상회의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기업들이 수천 명의 구직자를 모두 온라인으로 면접해야 하는 탓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기업은 채용 시기를 미루거나 채용 인원을 동결 또는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회사들은 아예 인력 수급을 포기했다. 일본항공 모회사인 ANA홀딩스는 채용을 중단했다. 일시적으로 폐쇄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테마파크의 운영사인 USJ도 모집 활동을 중단했다. 유력 여행사 JTB가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을 검토하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는 내년 봄에 예정된 채용 인원을 줄인다고 계획이다. 이 밖에 구체적인 신규채용 인원수를 공개하지 않은 백화점과 식품업체도 채용 계획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당장 지원책 마련에 만전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고용시장 내 기업이 통합되고 실업자 수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1조1000억 달러(약 1337조원) 규모의 두 번째 경기부양책을 부분적으로 승인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달 28일 각료회의를 마친 뒤 "코로나19 영향이 경제 활동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5월에는 경제 지표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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