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미국'…억눌렸던 불안·분노 백악관 앞까지 번졌다

2020-05-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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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시위, 5일 만에 美 전역 30개 도시 확산...25곳서 통행금지령

트럼프, '폭도·전문 시위꾼' 매도하자 시위대 백악관 진입 시도에 극한 대치

'코로나 사태·경제위기·정치 혼란' 삼중고 폭발...현 미국은 역사적 대격변기

29일 밤(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며 점차 격렬해졌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 4명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시작한 인종차별 철폐 시위 행렬이 백악관 앞까지 번졌다. 시위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져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며 물리적 충돌이 격화하자 미국 연방정부는 군 투입과 발포 명령까지 고려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CNN은 이날 오전까지 미국 전역 22개 주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벌어졌다고 집계했다. 이 중 16개 주에 걸쳐 25개 이상의 도시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12개 주와 워싱턴DC에서는 지역 방위군을 배치한 상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인종차별 철폐 시위는 나흘째인 29일 낮까진 비교적 평화롭게 이어졌지만, 이날 밤부터 점차 격렬해져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대형마트 등에 난입해 집기를 파괴하거나 약탈하고 불을 지르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벌이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특히 수도 워싱턴DC에서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 수백명은 백악관을 향해 행진한 후 경내 진입도 시도했다. 이에 미국 비밀경호국(SS)은 29일 저녁부터 백악관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최루액을 분사하는 등 30일 새벽 3시까지 시위대와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30일(현지시간)까지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발생한 미국 지역 현황. [자료=AP]


◇시위대 매도·폭력진압 허용?..."트럼프, 정치적 이익 위해 사회 불안정 부추겨"

미국 전역의 시위가 이같이 격렬해진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도 한몫했다. 전날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위대를 '폭도'(THUGS)라 부르며 "약탈을 시작하면 총격이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글을 올렸다.

이는 1967년 흑인 시위에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의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발언으로, 그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부추긴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트위터 측은 해당 트윗에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며 아예 본문을 가린 채 경고 딱지를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문구의 유래가 어디인지 몰랐다"며 발뺌했지만, "지금의 소요 사태는 정의나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그는 미니애폴리스와 백악관 등지에 모인 시위대를 '전문 시위꾼'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연방정부가 개입해 군대를 투입하면 대규모 체포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는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 중이란 성명을 발표했고, 이와 관련해 AP는 미국 육군이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대통령이 아무런 증거 없이 전국의 시위대를 매도했다"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전역과 백악관 앞에서까지 벌어진 긴장된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글러스 브링클리 미국 라이스대 역사학 교수는 현 상태가 베트남 전쟁으로 사회 분열이 극에 달했던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기와 비슷하다면서 "대통령은 불안정한 사회를 수습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재선을 위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조지 플로이드 시위 참가자 한명이 경찰이 분사한 최루액을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역사적 대격변기"...1991년 LA 사태 넘어서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1991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사태 이상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정권 내내 악화해온 인종차별 이슈와 10만명 이상 사망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쌓여왔던 시민 불만이 함께 폭발했다는 것이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감염병 대유행·경제 위기·정치적 혼란이 이어진 데다 공권력에 대한 시민의 분노까지 겹치면서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다"면서 "현재 미국 사회는 역사적 대격변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역사학자인 바버라 랜스비는 WP에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적 불평등이 코로나19 사태와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부각하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는 데릭 쇼빈(44) 등 경찰관 4명의 체포 과정에서 숨졌다. 당시 쇼빈과 토머스 레인, 토우 타오, 알렉산더 쿠엥은 편의점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비무장 상태의 플로이드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쇼빈과 3명의 경찰관은 플로이드의 몸을 무릎으로 찍어누르며 제압했고 타오는 앞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숨을 쉴 수 없어요,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는 플로이드의 호소에도 쇼빈은 8분 46초간 그의 목을 압박했고,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목에서 떼지 않았다. 이후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해당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일파만파 확산하며 순식간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해당 경찰관 4명을 모두 해임하고 미네소타주 검찰은 29일 쇼빈을 최대 35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여론은 "플로이드의 죽음은 7분밖에 안 걸렸지만, 살인자를 체포하는 데는 사흘이나 걸렸다"면서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출처=유튜브/워싱턴포스트(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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