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8일 미국의 엄중 경고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국보법) 제정을 강행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두고 '중국 때리기'에 열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맞불 대응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홍콩 국보법 강행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중국 관료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하루 전 홍콩이 더 이상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그밖에도 중국 화웨이,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홍콩 사태와 관련 있는 중국 인사들과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들을 표적으로 한 법안들이 현재 미국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이목을 빼앗겨 미·중 갈등을 뒷전으로 둔 경향이 있지만, 더는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불안의 씨앗이 움트고 있다. 27일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역대 최저를 테스트했고, 4조9000억 달러 규모의 홍콩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성적이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소비자와 중국 납품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애플은 최근 미·중 갈등 격화와 맞물리면서 S&P500 상승률에 뒤쳐지고 있다.
광저우 소재 스노우볼웰스의 리 창민 매니징디렉터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면적인 금융전쟁으로 불거지면서 통화가치가 추락하고 자본조달이 제한되고 상장이 금지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CCB인터내셔널증권의 클리프 자오 전략가는 미중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 홍콩 항셍지수가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세계 양강의 대립은 올해 1월 맺은 1차 미·중 무역합의를 위태롭게 만들면서 코로나19로 절름발이가 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질 공산이 크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미국산 수입을 대량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관세 부과와 무역합의 철회 등을 경고한 바 있다.
또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초강수를 둘 경우 미중 양국 모두 큰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홍콩을 중국 본토와 똑같이 대할 경우 연간 약 673억 달러로 추산되는 양국 간 통상 규모가 줄어들 게 뻔하다. 또 홍콩을 통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미국 기업과, 홍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중국 기업들 모두 충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 위협은 홍콩에서 자본 유출을 가속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외국 기업들은 홍콩에 지역 법인본사를 계속 둬야할지, 홍콩에 계속 자본을 둬도 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