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위기 극복과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운용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2004년부터 매년 열리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로, 당·정·청이 모두 참석한다. 올해 회의에서 여당과 청와대는 재정 당국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회복을 목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확장 재정을 요구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청와대가 확장 재정을 요구하고, 재정 당국이 난감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기재부에선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할 때 GDP 대비 40%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의 근거를 되물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을 받을 때 제시하는 국가채무비율의 기준이 60%인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연금 비용과 통일비용을 고려해 40%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들어 이미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은 무너졌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37.1%였다. 올해는 본예산 기준 39.8%가 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적자 국채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면서 이미 국가채무 비율은 41.4%에 달한다.
심지어 이 비율에는 여당이 '매머드급' 편성을 예고한 3차 추경으로 인한 적자는 더해지지도 않았다. 여당의 요구대로 40조원대 '슈퍼 추경'을 하면 국가채무비율은 45%에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비율인 만큼 GDP가 전년 대비 줄어든다면 채무 비율은 더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의식해 "지금의 위기를 재정투입으로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40%대로, OECD의 평균인 110%와 비교해 건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악화뿐만 아니라 기재부의 사기 저하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정 당국이 내놓는 대책을 정치권에서 거부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을 편성할 때도 기재부의 70% 지급안을 여당에서 100% 지급으로 바꾸면서 마찰을 빚었다. 기재부는 애초 제시했던 50% 안을 70%로 물러주고도 100% 안까지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숫자는 객관적이지만, 이를 두고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다"면서도 "재정 당국이 제시한 안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