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트럼프 보란 듯...'핵 억제력' 언급한 김정은

202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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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주재

2일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뒤 공식활동 22일 만

"국가무력건설·발전 요구…핵 억제력 한층 강화"

대내적으로 자력갱생 통한 정면돌파 의지 표현

북·미 핵담판 겨냥, 트럼프 행정부 압박 의도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와중에 '핵 억제력 강화' 카드를 2년 만에 빼들었다. 멈춰선 북·미 대화를 겨냥해 대미(對美) 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자력갱생으로 내부를 결속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대내외 메시지가 동시에 담긴 '이중포석'인 셈이다.

북한은 그간 미국에 맞서 핵 억제력 확보를 내세워왔다. 다만 북·미 정상 교류가 시작된 2018년 이후 북한은 이런 표현을 공식적으로 자제해 왔으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후 양국 대화가 사실상 중단되자 북한 매체들이 종종 사용해왔다.

◆22일간 잠행 깬 金··· 군 장악력 보여줬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2일간 잠행을 깨고 최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군사 부문 기구를 정비하고 새로운 무기체계 실전화에 맞춘 조직 편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또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통신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보도일 기준으로 22일 만에 공식 매체에 등장,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기보다 경제 건설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확대회의는 대외 메시지보다는 군에 대한 관리통제, 새로운 군사편제의 실질적인 필요성 차원 등 내부적인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美 대화에 선 긋자··· 北 바로 대미압박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코로나 정국에서 특별히 대외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내부 군사적·조직정치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당장은 억제력의 핵심인 핵, 전략무기, 포병화력 등을 내부적으로 강화·재정비하면서 경제 건설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지난해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도 강조했던 핵전쟁 억제력과 전략무기 운영을 위한 새로운 방침 제시, 포병 화력 타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중대한 조치 등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핵 억제력 강화책을 다시 언급한 의도가 북·미 핵담판을 겨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는 뜻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름대로 권위 있는 공식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핵 억제력 강화'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2년 만"이라며 "그동안 국방 대변인 등이 표현한 바 있지만, 김 위원장이 주재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미·중 간 신(新) 냉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국무장관이 연말까지 북·미 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세의 유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북한) 군사 분야에서의 논의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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