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 받고 ‘지원요청’ 쏟아낸 재계…文 “기업과 한 배 탔다”(종합)

2020-05-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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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국내 주요 기간산업 대표들과 ‘코로나 극복 간담회’

정부, 업종별 애로사항 청취…재정 등 확실한 지원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9개 주요 기간산업 대표들은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지원 요청을 쏟아냈다.

재계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정부가 요청한 고용 유지 주문을 약속하면서 업종별 필요한 건의사항을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문 대통령과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간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함께 산업 위기 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한 지혜와 의지를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정유·석유화학·철강·섬유 등 9개 업종 17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조선업계, 공공발주 요청…정유업계, 유동성 지원 건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등 여야 신임 원내대표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두 분을 만나보니 일하는 국회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다섯 차례에 걸쳐 주재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총 245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자금은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뒤 관련 법률 및 시행령 통과가 완료됐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인 국경 봉쇄 및 이동 제한으로 관련 기간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유럽시장 수요 감소와 해외 생산 차질로 자동차 산업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미국과 유럽 패션기업의 80% 이상이 문을 닫으면서 섬유업계의 일감도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의 부진은 기계,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 후방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수출시장도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대기업의 생산 차질과 수주 감소로 중소 협력업체의 일감이 줄었고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요청이 나왔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국가 간 교류 중단 해소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화상정상회의 등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정상통화만 30여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거기에서 가장 중심적인 주제도 교류재개, 항공을 다시 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신속통로제도’처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업계를 대표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은 수주가뭄이 닥친 조선업계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객선, 교육선, 실험선 등에 대한 공공발주 확대를 제안했다.

정태순 한국선주협회장(장금상선 회장)은 “나라가 안 좋고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국가의 중요성을 알겠다”면서 “열심히 (기업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이 한 축으로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기 수소 자율주행차를 발전시켜 경제 회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정유업계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건의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정유업계가 현재 신사업에 총 13조원 정도 투자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정유사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면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모델 제시한 文

문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정부와 기업이 한 배를 탔다”는 얘기를 두 번이나 강조했다. 또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고통을 나누자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가 정말로 한 배를 탄 심정으로 함께 ‘으쌰으쌰’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동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을 향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돼야만 지원 효과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조원 규모로 책정된 기간산업안정기금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은 위원장, 이 회장에게 유례없는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해 감사의 뜻도 전했다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향해서는 ‘고용 유지’를 당부했다. 기간산업안정자금에는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번 기회에 한 번 함께 도모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6개월 이후의 기업들의 고용 유지와 관련해서 “6개월 만에 (사회적 대타협이) 될 지 안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 상황이라면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경제 단체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한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사 표시도 있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으로 편입해 있다”면서 “더 어려운 실업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소중한 재원”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정부 지원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구’자 이야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 생태계·디지털 경제 강조…MB 때 녹색산업 이례적 언급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산업 생태계’ 전체를 지킨다는 비상한 각오로 일자리를 지키고 우리 산업과 경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정부·국민이 합심하면 코로나 산업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경제 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산업과 일자리가 모두 위기상황이지만,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녹색산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왔다”면서 “외환위기에는 IT(정보통신) 산업을 일으켰고,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녹색산업을 육성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산업계에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면서 방역도 경제 위기도 우리가 먼저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제 회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 일자리 지키기와 고용 안전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더 많이 키워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역량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추진을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경제시대는 더 과감하고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데이터를 활용해 여객·물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섬유공장과 제철소, 조선소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유사는 전기차 충전·결재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석유화학업계는 첨단소재 개발에 돌입했다”면서 “건설현장의 무인 자동화와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기계업계와 자동차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경제계 간의 협력은 물론 업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의료계와 모든 국민들이 합심해 세계가 인정한 방역시스템을 만들었듯이 경제 분야에서도 어떠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방역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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