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오는 22일 개막하는 전인대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기술에 1조4000억 달러(약 1727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5G(5세대)네트워크, 안면인식,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원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과 흐름을 같이하며, 알리바바·화웨이·센스타임(상탕커지) 등 중국 대표 하이테크 기업들이 중심이 된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중국 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이다. 지난 2015년 전인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처음 언급한 후 4년간 매년 정부 업무보고에 포함돼, 중요성이 강조됐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국제조 2025가 더 거대해진 몸집으로 올해 재등판하는 이유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술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5일 외국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의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전면 차단한 것이다.
미국 공세에 기술 자립이 다급해진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 중국제조 2025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디지털차이나홀딩스의 마리아 궉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런 대규모 투자는 과거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포석을 깔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반격이 미국 기업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충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형 인프라 투자 사업을 대대적으로 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중국제조 2025 계획이 탄력을 받으면, 중국 기술기업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루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기업분석팀의 난난커우 연구 책임자는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거대한 기업들을 자국에서 탄생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