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격화하며 신냉전 체제로 치닫는가 하면, 세계 각국에서는 반(反)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대국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우선주의에 맞선 ‘중국 특색 대국 외교’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 재확산 ‘신냉전’… 반중감정 골칫거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일단 미국과의 관계가 수십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 갈등은 단순히 코로나19 책임을 둘러싼 언론 공방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과거 미·소련 냉전에 이어 ‘신(新)냉전’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중 갈등은 기업제재와 무역, 해킹, 대만 문제 등 전방위로 확산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을 봉쇄할 추가 제재를 발표했고, 중국도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집권 2기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면서다. 14일부터 11주 일정으로 시작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보하이만 종합훈련에 맞서 미국은 대만해협과 상하이 인근 해안에 잇따라 해군 구축함을 보내고 있다.
미국 외에 세계 다수 국가에서는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독일·영국 등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고, 중국 당국의 자국 체제 선전과 의료 원조 ‘생색 내기’ 등이 역풍을 맞았다.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연선 국가들에 쌓아온 ‘공든 탑’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2018년 아프리카와 ‘운명공동체’를 선언하며 600억 달러(약 66조7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원조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광저우(廣州)시에서 흑인들이 “방역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중국 집주인에 의해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되는 차별 행위가 발생하면서 아프리카의 반중 정서가 고조됐다.
몇몇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의 반발 조짐도 엿보인다. 최근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올해 만기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출 변제 기한 연기나 탕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을 맞은 탓이다.
올해 양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외교적 악재가 산적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개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신문망은 올해 양회의 가장 특수한 상황 중 하나를 ‘코로나19 이후 복잡해진 국제적 상황’이라고 꼽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외교 정책 방향이 기존과 다소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코로나19 책임과 관련해 강경한 노선을 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문제 교수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 반발과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타격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며 “전략적 후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체적인 외교 정책이 다소 부드러워질 것이란 해석도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반중 감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전 세계의 반중 감정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내부 보고서를 최근 중국 지도부에 제출했다. 중국 국제전문가 쯔중윈(資中筠)은 “중국이 이전에 누렸던 국제적 신뢰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기본적인 중국 특색의 외교 정책은 크게 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리처드 맥그리거 로위연구소 동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국내에서는 공산당 단결을 촉구하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존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쥔(牛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올해 중국 당국은 양회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국 외교 전략을 강조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인류운명공동체’를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놓이면서 경제적 강점을 살린 중국의 새로운 역할론도 부상할 전망이다. 우 교수는 “지난해 시 주석은 40일 이상 해외 순방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힘썼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지도자들의 해외 방문과 더불어 ‘홈그라운드 외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