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가 분양권 당첨이 취소된 청약자에게 위약금을 물게 하는 조항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A씨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행사 등을 상대로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시행사 등은 A씨에게 "부적격 당첨이 됐으니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분양대금의 10%)을 위약금으로 귀속한다"고 공지했고, A씨는 "계약이 해제됐으니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분양권 무자격 당첨자로부터 위약금을 몰취하도록 한 분양계약서 조항은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불공정 약관"이라며 "시행사가 분양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급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까지 몰취하는 것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위약금은 원고에게 반환하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A씨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이뤄진 재개발사업의 조합원에게 1순위 청약 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행사가 주택 청약자격에 관한 규정들을 '기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위배행위' 등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해두면서 청약자가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에 대해서도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일반공급 1순위 자격 위반에 따라 공급계약을 취소할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 등 입주금과 융자금의 상환 원금 등 주택가격을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피고들은 이번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아파트를 다시 분양할 수 있어 별다른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 측을 대리한 문성준 변호사는 "시행사가 주택법령 규정과 달리 무자격 청약자로부터 위약금을 받는 조항을 공급계약서에 규정한 것은 일종의 부당한 갑질 행위"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시행사가 부정 청약으로 분양권을 취소하면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