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천방지축] 코로나로 달라지는 세상 7가지 키워드

2020-05-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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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면 통금에 비둘기떼가 점령한 쿠웨이트 도심 (쿠웨이트시티 신화=연합뉴스) 쿠웨이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20일간의 전면 통행금지를 실시하면서 11일(현지시간) 비둘기떼가 인적이 끊긴 쿠웨이트시티의 광장 주변을 날고 있다.





[김세원의 천방지축] 외교부에 따르면 5월 1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전세계 확진자가 403만명, 사망자도 28만명을 넘어섰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중세의 몰락과 르네상스의 도래를 재촉했듯이, 2020년 코로나19 역시 기존의 국제질서와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의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했고 로버트 카플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세계화 1.0과 2.0을 가르는 역사적 표지판(marker)”으로 규정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 세상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망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내외 사회 경제 문화 풍경을 7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1. 脫세계화(deglobalization), 각자도생의 시대
그동안 경제·산업의 세계화가 자유무역질서에 입각한 국제 공조를 강화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보호무역주의와 자급자족 경제체제의 구축이 새로운 국제 질서의 특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 트럼프의 고립주의 등 국제 정치의 탈세계화가 경제 쪽으로 파급되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재고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려 세계 각지로 분산된 '적시(just-in-time)'공급 방식의 공급망(supply-chain)을 전 세계에 구축해 왔다. 에릭 존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초국경 공급망이 바이러스의 이동 통로가 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지역 및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해외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자국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적, 국가적 가치를 더 신뢰하는 쪽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 거대 정부와 빅브러더의 등장
코로나를 빌미로 세계 각국이 전례 없는 국민 감시 체제를 구축하면서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러더’의 그림자가 세계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해온 유럽 국가들도 개인 위치 정보 수집 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한편 각국 정부는 코로나 퇴치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G20(세계 주요 20국)은 단 한달 만에 GDP(국내총생산)의 5.8%에 달하는 돈을 경기부양책에 쏟아부었다. 야콥슨 삭소뱅크 CIO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세계엔 공산화 바람이 불었다“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정부의 실험이 전체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코로나19이후에도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확산이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간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염병 대처 능력이 국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3. 세계적 장기불황과 포퓰리즘의 부상
코로나 사태로 세계 주요국에 경제잠재력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이 닥칠 것으로 예측된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있지만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것처럼 국가채무 비율만 높아진 채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로 인한 고용 충격은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며 막 사회에 진입한 젊은 근로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직종은 대부분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식당, 술집, 소매점, 레저 등 서비스 산업이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손실이 저소득 근로자가 많은 서비스 분야에 치우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가 포퓰리즘 부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각국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 부족 문제를 기본소득 지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 ‘회식이여 안녕’, 탈(脫)오피스 바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주요국 직장인들이 의도하지 않게 재택 근무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원격 근무는 직장인들의 사무실 출퇴근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고 코로나가 종식된 뒤에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원격 근무는 조직에 새로운 규율을 강요하고 이는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조직관리 경영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기업들은 성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안드레아스 파이힐 이포(IFO)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재택근무는 일과 생활의 균형, 부부 사이의 가사 분담 등을 다시 정립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격 근무의 확산은 사무실 건물의 공동화를 불러와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 오피스타운의 몰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5. 맥시멀리즘에서 미니멀리즘으로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실제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건강, 친구, 가족 등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들을 재발견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오락·취미활동의 선택과 집중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메리 베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1918년 스페인독감 이후, 미국인들은 편안하게 즐길 오락거리를 찾았고 이는 자동차와 라디오 보급을 촉진했다“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집콕’문화의 확대로 온라인 공연전시 관람, 스트리밍서비스 영화 감상 같은 홈엔터테인먼트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반작용으로 선택의 자유와 직접 체험에 대한 갈증이 커져 개인 맞춤형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강화될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 같은 과거의 양적 맥시멀리즘 대신, 질적 미니멀리즘의 가치가 정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6. 언택트(Untact)문화의 확산
대면(對面) 접촉을 자제하는 '언택트(untact)'현상은 기업의 직원 채용부터 비즈니스 협상까지 산업·경제 전반에서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의료계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던 ‘원격 의료’도 앞당겨 도입되고 지금까지 대면(對面)이 대세였던 교육도 온,오프라인 결합수업인 블렌디드 러닝, ‘거꾸로 학습법’으로 알려진 ‘플립드 러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파타스 프랑스 인시아드 교수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이동 제한, 공공시설 통제 등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인류의 對面접촉 관행이 바뀌면서 악수와 비즈 같은 신체접촉식 인사법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7.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화상회의, 홈트레이닝, 홈엔터테인먼트 등 경험의 공간을 대체하는 가상체험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같은 비대면 현존감(untact presence)을 구현해 주는 기술이 부상한다. 바이오(BT)와 정보기술(IT)의 결합,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통신인프라 확충을 위한 수요가 증가한다. 온라인 쇼핑과 택배 같은 운송물류시스템 및 원격 의료의 활성화로 데이터 원격 접속과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컴퓨터 시스템, 통신장비, 스토리지 등 디지털 데이터산업의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산업현장에서는 감염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디지털 자동화, 무인화가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팩토리가 일반화되고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과 방역요원을 대신할 로봇과 드론의 활용이 확산될 것이다. 직장, 도시, 국가 등 특정 단위에 대한 종합적인 방역 및 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솔루션 개발과 플랫폼 구축사업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는 지난 20여년간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와 그에 따른 국가 간의 밀접한 상호연결성이 초래한 재난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시 멈춰 서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남보다 앞서 달려가고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급급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라고 우리를 등떠밀어 돌려세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리부트(reboot·재시동)’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재시동의 성공 여부는 성찰(省察)의 폭과 깊이에 달려있다.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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