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계가 20대 국회에서 처리 중인 인터넷규제입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n번방 사태’ 이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플랫폼 사업자를 옥죄는 법안이 무더기로 상정됐고, ‘빅브라더’ 형태의 통제사회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에 역차별을 당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높아진 진입장벽에 고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벤처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체감규제포럼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의 인터넷규제법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불법촬영물 유통 차단이라는 정부 의무를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 없이 국내 사업자만 규제한다는 문제점 등이 지적돼 왔다. 또한, 이용자의 게시물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한다면서 (n번방 사태로) 신중해야 할 입법 대신 포퓰리즘 법을 만들고 있다”며 “사회문제 해결에 책임져야 할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민간 사찰의 한 방법으로 통제사회를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국민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법사위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안에 대해 적절한 역할을 해달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가 아닌) 21대 국회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들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진입장벽 강화로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한국형 뉴딜 정책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디지털 경제 전환과 한국형 뉴딜을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과방위 통과 법안은 국내 스타트업의 싹을 자르고, 진입장벽을 높여 기업을 고사시킬 수 있는 법안이다”며 “n번방과 성착취물을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어떤 것이냐는 정부에서도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했는데, 규제장벽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대행도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화두로 말한 상황에서 혁신기업의 우려를 전하는 자리가 마련돼 착잡하다”며 “향후 시행령과 하위법령을 통해 서비스 기업에 비용이 부과되면 예비창업자의 창업 의욕이 좌절될 수 있다. 기업들은 사업 전략은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