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600여 건 이상 발생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까지 전파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7일 공개한 국내 야생멧돼지 ASF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 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10월 2일 멧돼지 ASF가 처음 확진된 이후 최근까지 604건으로 늘었다.
ASF는 2007년 유럽 조지아에서 유행해 2017년 러시아 중부, 2018년 이후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로 확산한 질병으로 돼짓과 동물이 걸릴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 수준이다.
현재 북한의 ASF 바이러스 유전형은 국제적으로 보고되지는 않았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5월 30일 압록강 부근 자강도 우시군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행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만큼 북한이 같은 유전형의 ASF를 전파하는 데 중간다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국내 초기 ASF 발생지점을 보더라도 남방한계선 1㎞ 내에 있는 철원, 연천, 파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입 이후 발생 지역 내에서 멧돼지 간 얼굴 비빔, 잠자리·먹이 공유, 번식기 수컷 간 경쟁, 암수 간의 번식 행동 등 멧돼지 간 접촉에 의해 ASF가 전파한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했다.
그렇더라도 기존 발생 지역에서 7∼33㎞가량 떨어진 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일부 사례는 수렵 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인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시각이다.
현재까지 멧돼지 ASF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7곳에서만 나타났다. 지역별 양성 건수는 연천(230건), 화천(222건), 파주(96건) 순으로 많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최종 역학 조사 결과는 충분한 ASF 사례가 모이고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여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