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일상 생활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각 산업의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트렌드는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인조 록밴드 ‘빌리카터’의 강렬한 사운드가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웠다. 지난 4월 무관중 라이브 생중계로 진행된 빌리카터 콘서트는 코로나19가 없었으면 볼 수 없었던 공연이다.
1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 등을 포함한 4월 공연계 매출액은 46억7644만원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1월 매출액(386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일상이 된 것이 온라인 공연이다. 힘겹지만 공연계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동안 없었던 온라인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예술 단체들은 손잡았다. 한 예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국악방송과 협업을 통해 ‘운당여관 음악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국악, 창극, 연극, 오페라, 무용 등 장르는 온라인 공연을 통해 대중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다.
언택트 시대는 온라인 공연의 진화를 가속화시켰다. 중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로의 확장을 모색 중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도 또 다른 무대가 생긴 셈이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는 (주)카이(KAI Inc)와 손잡고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내부적으로 개발 중이다. 방지영 아시테지 코리아 이사장은 4일 “공연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작품마다 들어있는 중요한 연극적 언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영상을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관객이 객석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공연을 보는 세상이다. 연출 기법 등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힘들어졌지만 해외 공연은 온라인을 통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언택트 시대이지만 공연계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연결 돼 있다. 공연장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2008년부터 온라인에 '디지털 콘서트홀'을 만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다양한 해외 유명 단체들을 클릭 몇 번으로 만날 수 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48시간 동안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 약 1000만명이 시청했다. 언택트 시대에도 유령의 마성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전 세계 공연계의 연결성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예술 단체 관계자는 “해외 공연 제작 관계자들이 예전에는 이동성(mobility)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연결성(connectivity)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