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현대HCN를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선통신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추가적인 M&A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는 30일 티브로드와의 합병법인(점유율 24.03%)을 출범했다. 2위인 LG유플러스(24.72%)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현대HCN, 사실상 마지막 남은 알짜기업
현대HCN은 케이블TV업계에서 마지막 남은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케이블TV시장 5위 수준이지만 강남 등 서울지역 소비자 비중이 높아 가입자를 IPTV 고객으로 전환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현금창출능력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은 케이블TV업체로는 딜라이브(업계 3위)와 CMB(업계 4위)가 있지만 인수 메리트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HCN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딜라이브는 KT가 지난해부터 인수 협상을 추진했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 192%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CMB는 셋톱박스 없는 케이블TV 상품인 8VSB 고객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품은 데 이어 현대HCN(4.07%)까지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은 28% 수준으로 껑충 뛴다. 다시 LG유플러스를 제치고 2위로 도약, KT(31.31%)와 '유료방송시장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그림이 완성된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HCN과 딜라이브 등 추가적인 M&A가 이뤄진 후에는 유료방송시장 순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장 확보를 위한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인수 효과는 '글쎄'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는 이미 사양산업이다. IPTV 대비 1인당 월평균 매출(ARPU)이 낮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을 필두로 대부분의 케이블TV업체가 매물로 나온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이미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해 일정 수준의 시장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추가적인 M&A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입할 기업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현금 보유량이 많고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여온 SK텔레콤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배경이다.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도 "지난해 입장을 표명한 것과 동일하게 현대HCN 인수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에서 KT와 LGU+, SKT 등 이통 3사 점유율이 80%를 웃도는 과점시장이 형성됐는데 추가적으로 시장점유율 4%를 가져가기 위해서 경쟁을 펼칠 유인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3개 업체 중 어느 한 곳에서 인수에 나선다면 다소간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탓에 경쟁사 행보에 신경을 쓰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