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이 폭행을 당해서 죽거나 자살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시신처리 과정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불법감금돼 강제노역, 구타, 생매장 등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피해자의 고발로 인권유린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으나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 등 가해자 대다수가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부산시는 지난해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생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동아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했다. 피해자 14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이들 중 피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21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이 이뤄졌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3년간 수용 생활을 한 면접 참여자 A 씨는 "몇 명을 산에 묻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방에 묻고 그 위에 시멘트와 흙으로 덮었다"며 "돌을 들다가 힘이 없어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돈을 벌겠다고 부산에 왔다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는 B씨는 "때리다가 죽어서 가마에 똘똘 말아서 창고에 차곡차곡 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부산으로 여행 갔다가 통행 금지에 걸려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는 C 씨는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에서 나가고 싶어서 3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그로 인해 심한 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폭행도 당했으며 5년 뒤에 부모님이 호적을 만들어서 찾으러 올 때까지 수용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어린나이에 수용된 D씨는 "허벅지가 터지도록 매 맞고 정신병동에서 몇 개월 일하게 됐는데, 거기서 강간당하는 사람들과 낙태 수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용역팀이 조사한 전체 피해자 149명 중 수용자들은 당시 15세 이하가 74.5%로 가장 많았다.
열 명 중 여덟명(79.7%)은 납치 또는 강제 연행으로 수용됐다고 말했다. 성추행(38.3%), 강간(24.8%) 등 성 학대가 빈번했고, 자상(67.2%)을 비롯해 평균 4.7개 신체 부위를 다쳤다. 수용 기간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험은 83.2%에 달했고, 3.4%는 사망자 처리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답했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결과를 이달 말쯤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