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숨통 열어주니 벌써부터 과당경쟁 "들썩"

2020-04-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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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레버리지배율 8배로 완화…성장세 회복하나

[사진=Pixabay 제공]

[데일리동방] 건전성을 이유로 카드사에 적용된 강력한 레버리지 규제가 완화된다. 한숨을 돌리게 된 카드사가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시각과 외형성장 따른 출혈성 과당경쟁 구도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고 카드사의 레버리지 한도를 기존 6배에서 8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영향으로 레버리지 한도 6배로는 카드사의 신용판매 등 정상영업에 애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완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레버리지 한도를 8배로 늘리는 대신 사전관리 유도를 위해 7배 이상에 도달 시 이익배당 등 자기자본 감소행위를 제한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총자산 계산 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카드사 레버리지 한도 확대 내용[그림=금융위원회 제공]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로 기업이 타인자본에 의존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 통상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의미하며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차입 확대가 불가피한 카드사 사정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와 카드산업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여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 한도를 6배로 규정했다. 캐피탈사의 한도 10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카드사가 타 여신금융사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40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생겨나고 막대한 자금투입이 이뤄지는 등 시장이 충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결정한 2018년 11월 이후 국내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수익성이 대폭 줄며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조조정설까지 나오자 카드사 노조는 총파업까지 요구하며 격렬히 반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일회용 마케팅비용 축소 등 다른 대안을 요구하며 요지부동이었다. 이랬던 금융당국을 코로나19가 움직였다.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기에 카드사들의 현 레버리지 한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 국내 카드사 7곳 중 6곳의 레버리지 배율이 5배를 넘어섰다.

카드사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둔화하던 성장세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레버리지배율 확대로 전업카드 7개사 총자산이 지난해 말 총자산 126조원보다 75조원 늘어난 201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실장은 "카드사의 레버리지배율 8배 확대 조치는 수익기반 확대와 이에 따른 이익창출 규모 증가로 카드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레버리지배율이 7배를 넘어설 경유 이익배당 등의 자본감소 행위를 제한하고 있고, 가계부채에 대한 총량규제(전년말 대비 7%) 역시 유지되고 있어 외형성장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9년 말 기준 카드사별 레버리지배율과 자본완충력배율[그림=한국기업평가 제공]

그러나 앞서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강력한 규제를 가했던 만큼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자본적정성 저하와 경쟁 심화 등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앞서 한기평은 카드사의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강한 자본 규제를 바탕으로 한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꼽아왔다. 자본적정성은 여신금융사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핵심요소인 탓이다.

박광식 한기평 실장은 "이번 규제 완화조치로 레버리징 여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신용도 측면의 경쟁우위가 희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으로 자본적정성이 저하할 경우 카드사의 신용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카드사와 같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영위하는 여신금융사는 신용도에 따라 조달금리 등이 결정되는 등 신용등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는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총자산순이익률(ROA) 저하 문제도 우려된다. 과거 카드사들은 외형성장과 함께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들여 출혈경쟁을 해왔다. 덕분에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를 마케팅 비용절감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레버리지배율 한도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출혈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다만 개별 카드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외형 확대 속도와 방법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 예시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는 기존 고배당 정책을 이어온 만큼 이익배당이 제한되지 않는 7배미만 선에서 레버리지배율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의 영향으로 일시불 결제로만 자동차금융을 취급하기 때문에 카드자산 위주의 자산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배당 제한에 대한 부담이 적고 사세 확장에 대한 니즈(needs)가 큰 만큼 타 카드사 대비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박 실장은 "카드사별 외형성장 속도, 자산구성 변화, 운용효율 및 비용관리능력 등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평가방법론상 영업자산 확대를 통한 긍정적 효과와 자본적정성 및 ROA 저하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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