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달러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만기일이 다가오자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던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폭락세가 6·7월물 원유 선물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결제월이 멀수록 가격 회복 기대감을 높게 반영한다는 '콘탱고(선물 고평가)' 공식까지 흔들리자, 다급해진 산유국들은 추가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WTI는 장중 한때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배럴당 20달러 선이었던 가격이 반 토막 나버리면서, 1999년 2월 이후로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5월물 WTI 가격이 -37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추락한 데 이어, 6월물에도 폭락세가 확대한 모양새다. 만기일이 여전히 많이 남은 7월물 WTI 역시 이날 26달러에서 18달러 선까지 꺾여버렸다.
상대적으로 가격 지지력을 보이던 브렌트유도 20달러 선이 붕괴했다. 그만큼 전 세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21일 런던 ICE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25.57달러)보다 24.4% 폭락하면서 19.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22일 장중에는 다시 18.21%(3.56달러)나 주저앉아 15.99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요가 30%가량 줄어들면서 원유 수급 상황이 과잉 공급 상태가 된 데 따른 일시적 폭락세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규제유가 10달러대가 일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산유국들은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다급해진 산유국들, '말로는 추가 조치, 실질 조치는 오리무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셰일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들 기업과 일자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장될 수 있도록 자금 활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날 WTI 가격이 마이너스로 추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매입을 7500만 배럴 더 늘리거나, 원유저장 시설을 원유업체들에 임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처는 다른 산유국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업계가 저유가 국면에서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원유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보고서에서 배럴당 20달러 유가 수준에서는 내년 말까지 미국 원유 관련 업체 중 533개가, 10달러대에서는 1100여개 업체가 도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21일 열린 OPEC+ 긴급 화상회의에 참석한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로이터에 "OPEC+는 과잉 원유를 흡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원유시장의 전개 양상과 앞선 감산합의가 잘 지켜진다면 추가 감산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사우디 내각도 "OPEC 회원국과 다른 산유국들과 협력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긴급회의에서 OPEC 의장국인 알제리는 감산을 합의한 날짜인 5월 1일부터가 아닌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결국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초과 공급 타개 어려운 상황...추가 하락 불가피"
시장은 향후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유 초과공급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매일 9000만 배럴의 원유가 공급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7500만 배럴가량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미국 등은 전략 비축유 구매를 대량 늘리겠다고 했지만, 비축유 저장시설 여력은 많지 않다. 미국은 4월 말~5월 초, 전 세계는 6월 초에 원유 저장 능력이 고갈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고시한 미국의 가용 원유 저장 시설 규모는 6억5340만 배럴이다. 지난 10일 기준 전체의 47% 수준인 3억2350만 배럴이 찼으며 향후 여분도 7주 정도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저장 능력은 1월 말 기준 67억 배럴, 재고량은 42억 배럴로 63%가 가득 찬 상태다. IEA관계자는 "저장 시설 용량의 80%가 실제 가용한 용량이라고 전제하면 현재 저장 여분은 12억 배럴로, 6월이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유조선도 지난 17일 기준 1억4100만 배럴을 싣고 바다를 떠돌고 있다. 현재 추세로 유조선 저장 능력도 4주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스탠다드차타드는 "4월에는 하루 2200만 배럴, 5월에는 1950만 배럴, 6월에는 137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예상되면서 향후 6주 이내에 저장 여분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하루 970만 배럴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을 합의한 산유국들이 글로벌 수요 감소를 메울만한 추가 대규모 감산합의도 어렵다. 앞서 합의에 참여하지 않아 아직 감산 여력이 있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감산에 동참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산유국들도 이들 국가가 나서지 않는 이상 추가 감산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고 각국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나기 전까지는 유가 반등 상황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미끄러진 원유 선물 가격이 다음 달 중순까지는 강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선물 투자자들도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날 6월물 WTI가 폭락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WTI는 장중 한때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배럴당 20달러 선이었던 가격이 반 토막 나버리면서, 1999년 2월 이후로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5월물 WTI 가격이 -37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추락한 데 이어, 6월물에도 폭락세가 확대한 모양새다. 만기일이 여전히 많이 남은 7월물 WTI 역시 이날 26달러에서 18달러 선까지 꺾여버렸다.
21일 런던 ICE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25.57달러)보다 24.4% 폭락하면서 19.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22일 장중에는 다시 18.21%(3.56달러)나 주저앉아 15.99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요가 30%가량 줄어들면서 원유 수급 상황이 과잉 공급 상태가 된 데 따른 일시적 폭락세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규제유가 10달러대가 일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산유국들은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그래픽=연합뉴스]
◇다급해진 산유국들, '말로는 추가 조치, 실질 조치는 오리무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셰일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들 기업과 일자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장될 수 있도록 자금 활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날 WTI 가격이 마이너스로 추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매입을 7500만 배럴 더 늘리거나, 원유저장 시설을 원유업체들에 임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처는 다른 산유국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업계가 저유가 국면에서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원유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보고서에서 배럴당 20달러 유가 수준에서는 내년 말까지 미국 원유 관련 업체 중 533개가, 10달러대에서는 1100여개 업체가 도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21일 열린 OPEC+ 긴급 화상회의에 참석한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로이터에 "OPEC+는 과잉 원유를 흡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원유시장의 전개 양상과 앞선 감산합의가 잘 지켜진다면 추가 감산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사우디 내각도 "OPEC 회원국과 다른 산유국들과 협력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긴급회의에서 OPEC 의장국인 알제리는 감산을 합의한 날짜인 5월 1일부터가 아닌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결국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초과 공급 타개 어려운 상황...추가 하락 불가피"
시장은 향후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유 초과공급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매일 9000만 배럴의 원유가 공급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7500만 배럴가량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미국 등은 전략 비축유 구매를 대량 늘리겠다고 했지만, 비축유 저장시설 여력은 많지 않다. 미국은 4월 말~5월 초, 전 세계는 6월 초에 원유 저장 능력이 고갈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고시한 미국의 가용 원유 저장 시설 규모는 6억5340만 배럴이다. 지난 10일 기준 전체의 47% 수준인 3억2350만 배럴이 찼으며 향후 여분도 7주 정도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저장 능력은 1월 말 기준 67억 배럴, 재고량은 42억 배럴로 63%가 가득 찬 상태다. IEA관계자는 "저장 시설 용량의 80%가 실제 가용한 용량이라고 전제하면 현재 저장 여분은 12억 배럴로, 6월이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유조선도 지난 17일 기준 1억4100만 배럴을 싣고 바다를 떠돌고 있다. 현재 추세로 유조선 저장 능력도 4주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스탠다드차타드는 "4월에는 하루 2200만 배럴, 5월에는 1950만 배럴, 6월에는 137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예상되면서 향후 6주 이내에 저장 여분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하루 970만 배럴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을 합의한 산유국들이 글로벌 수요 감소를 메울만한 추가 대규모 감산합의도 어렵다. 앞서 합의에 참여하지 않아 아직 감산 여력이 있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감산에 동참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산유국들도 이들 국가가 나서지 않는 이상 추가 감산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고 각국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나기 전까지는 유가 반등 상황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미끄러진 원유 선물 가격이 다음 달 중순까지는 강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선물 투자자들도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날 6월물 WTI가 폭락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세계 최대 원유 저장 용량을 가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