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대표들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한 22일 간담회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유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성 장관은 “위기를 조기 극복하기 위해 조치 가능한 지원 수단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유업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할 수 있는 모든 지원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렸다. 정유업계에선 SK에너지 조경목 대표이사 사장, GS칼텍스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대표이사 사장, 에쓰오일(S-OIL) 류열 사장 등 국내 주요 4개 정유업체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도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하락한 데다 저유가로 인한 정유마진이 급락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것은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할 만큼 수요가 실종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원유를 정제해 남는 이익인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은 자유낙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38달러 수준으로 예측하면서 국내외 석유산업이 2분기까지 힘든 경영 여건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예상하며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며 장기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은 “정유 4사가 1분기 3조원 이상 적자를 낼 정도로 업계 상황이 최악이다”며 “유동성 해결이 제일 시급한 문제”라며 “단기 처방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근본적으로 감세를 비롯한 세제 문제도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경영 상황이 최근 10년 중 최대 위기"라며 지난 2014년 당시 산유국 간 갈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던 당시와 비교해 "그때와 비슷하지만, 더 안 좋다"고 토로했다.
이날 산업부는 그동안 거론됐던 석유수입·판매부과금 및 관세 납부유예와 함께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를 비롯해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유예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협의 중) 등의 지원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내놓은 2분기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 90일 유예, 전략비축유 조기·추가 구매 등에 이은 추가 지원대책이다.
또한 이날 국세청은 4월 부담해야 할 세금 납부기한을 3개월 연장키로 했다. 당장 정유업계는 1조3745억원의 세금 부담을 덜게 됐지만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닌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가동률을 85% 미만으로 낮추고 경비 절감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SK에너지의 울산공장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할 것을 검토 중이며 에스오일도 2분기부터 원유정제시설, 중질유분해시설 등 주요 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현재 여수공장의 정기보수 일정을 진행 중이며 정기보수 일정이 끝나도 가동률을 조정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2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세제 지원 확대 외에도 투자 인센티브 확대,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추가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져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수요처가 줄어든 상황에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자동차 업계 등 다른 업계의 요구를 취합해 늦어도 5월 초까지는 구체적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