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운용자산이 커지며 위험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파생상품 거래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금융회사 장외파생상품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1경7945조원으로 전년(1경6304조원) 대비 1641조원(10.1%) 증가했다.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지난 2016년 1경2644조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1경2512조원)을 넘어선 뒤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장외파생상품은 기초자산 파생 상품 중 거래소 없이 일대일 계약으로 거래한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미·중 무역협상, 홍콩 시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증가했다.
기초자산별로 보면 통화관련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전년(1경2538조원) 대비 1391조원 늘어난 1경3929조원으로 나타났다. 통화관련 거래는 전체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77.6%를 차지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으로 고객의 환헤지 수요가 늘어나며 은행들의 거래가 증가했고, 증권회사도 해외투자 확대로 환위험 회피 수요가 증가하며 통화 선도 거래가 증가했다.
이자율 관련 장외파생상품은 전년(3493조원) 대비 264조원(7.6%) 늘어난 3757조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제지표 부진에 다라 미국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리상승 위험에 따른 헤지수요가 나타나며 이자율스왑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주식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207조원으로 전년(223조원)보다 16조원(7.2%) 감소했다. 지난해 말 ELS 등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전년보다 줄어들며 헤지 수요도 동반 감소했고, 이에 따라 주식스왑 거래규모도 줄었다. 이외에 신용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29.2조원으로 전년(28.4조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금융권역은 은행이었다. 은행 거래규모는 1경4827조원으로 전체의 82.6%를 차지했다. 증권사(12.7%), 자산운용을 포함한 신탁(3.4%)이 뒤를 이었다. 잔액은 은행(8436조원·80.8%), 증권사(1683조원·16.1%), 보험(165조원·1.6%) 순이었다.
지난해 금융사가 장외파생상품을 중개·주선한 거래규모는 213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97조5000억원)보다 15조7000억원(7.9%) 증가했다. 통화 관련 장외파생상품의 중개·주선 거래규모가 31조원으로 16조7000억원(75.9%) 증가했다.
금감원은 "해외 교역량 확대와 국내 금융회사의 운용자산 증가에 따라 장외파생 거래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국내회사와 외국회사 간 거래로 금융리스크의 국경간 이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외파생상품거래 증가추세 및 거래상대방 다변화에 대비하여 관리 체계의 강화 필요하다"며 "계약정보를 수집·보관·공시하고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거래정보저장소(TR) 제도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거래 개시증거금 교환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