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은행권 예금 잔액이 8조700억 위안(약 1400조원) 증가했다. 전년 같은 수준과 비교해 2조 위안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계예금과 비금융권 기업 예금잔액이 각각 6조4700억 위안, 1조8600억 위안씩 늘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금융권 기업 예금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28억 위안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이보다 1조5000억 위안이 더 늘어난 것이다. 거의 2018년 한 해 비금융권 기업 예금 증가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저명한 경제평론가 수이피는 최근 중국 일간지 화하시보(華夏時報) 기고문에서 “인민은행이 올 1분기 두 차례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풀린 자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두 차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풀린 자금은 약 1조3500억 위안이다. 그런데 경기 불확실성 속 생산, 투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기업들은 저리로 공급받은 대출자금을 다시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현재 중국의 예금 등 수신 기준금리도 4.35%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돈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못하고 사실상 '공회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분기 가계저축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이지만 늘었다. 하루 평균 710억 위안씩 은행 예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을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가계저축이 증가한 건 코로나19 공포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리스크 회피를 위해 보유자산을 현금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으로 가계소득이 감소해 지출이 줄면서 1분기 소비돼야 할 돈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선 '보복적 예금' 붐이 불고 있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래에 대비해 예금으로 돈이 쏠리는 걸 '보복적 저축'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걸 '보복적 소비'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된다.

중국 1분기 은행권 예금 급증.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