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잔인한 4월] “신용 때문에 문도 못 닫고”... 신음하는 부품업계

2020-04-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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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누적으로 유동성 악화... “비용 감당 어려워”

"유동성 바닥나면 생태계 자체 무너질 수도"

자동차부품업계의 신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완성차업계의 타격이 배가돼 현장에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한 업체도 많아 폐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손실 누적으로 유동성 악화... “비용 감당 어려워”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들의 손실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완성차업체의 공장 셧다운(공장 폐쇄)으로 인해 앉아서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손해를 보며 확 줄어든 물량을 맞추는 상태다.

베트남과 국내에서 부품공장을 돌리고 있는 A업체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경우 현대차 베트남 반조립 공장에 부품을 대고 있으나, 지금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로 폐쇄된 현대차 반조립 공장이 재가동될 때까지는 어쩔 수는 상태다.

A업체를 중심으로 한 2~3차 협력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오갈 수만 있어도 현지 파견 인력을 불러들여 적게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비행기도 없는 데다 격리조치로 인해 쉽지 않다.

지난 17일 기준 현대·기아차의 해외 9개국 18개 공장 중 4개국 6개 공장이 휴업 중이다. 현재 국내 부품업체 172개사는 해외에 722개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돈이 돌지 않아 이러다가 진짜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2~3차 협력사들은 그나마 우리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하니, 업계가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들의 국내 공장은 장기적인 셧다운은 피했지만, 이들에게 납품하는 부품업체들도 비관적인 국면에 놓여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납품 물량도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7.6% 축소됐다. 4월은 더 어렵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4월 수출은 12만6589대로 전망된다. 현실화되면 작년 동월 대비 43%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에 있는 일부 부품업체들은 납품 물량이 적어 오히려 문을 닫는 게 손해가 적지만, 관계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계기판을 생산하는 B업체 관계자는 “국내 물량으로 문을 완전히 닫지도 못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열고 있다”며 “유지비용이 더 나오는 상황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유동성 바닥나면 생태계 자체 무너질 수도"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앞서 지난 20일 정부에 지원을 호소한 배경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많은 부품업체가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와 삭감을 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플라스틱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C업체는 현장직 단축근무와 순환휴무, 관리직 임금 20% 삭감 등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어음 인수,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 감면 등의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유동성이 바닥나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미·유럽 각국이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는 이유로 국내도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액(2015년 기준, 통계청·한국은행)은 190조원으로 제조업의 12%를 차지한다. 부가가치는 53조원(제조업의 9.4%), 수출은 656억 달러(총 수출의 12.1%)다. 판매, 정비, 주유 등 전후방 산업의 간접고용까지 감안하면 총 고용인원이 178만명에 달한다.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투싼 등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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