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계열사인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수주 실적 악화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들은 12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실적이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수주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아, 수주난에 따른 충격파는 올 1분기를 넘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특히 국제유가 하락이 복병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산유국의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의 발주 축소나 연기를 초래한다. 자연스럽게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연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달 20달러 수준까지 주저앉아 조선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더 큰 문제는 노조와의 갈등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노조와의 임금협상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노사 모두 피로감이 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최근 노사관계 신뢰구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지만, 노사 간 해고자 문제와 임금협상을 두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의 역점 과제인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도 지지부진하다. 해외당국 기업결합심사가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권오갑 회장의 수심을 깊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로 인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당국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기업결합 심사결과는 장기전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초 EU 집행위원회는 2단계 심층심사를 거쳐 올해 7월까지 기업결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행위는 지난 3일 정보수집의 어려움 및 위원회 원격근무 조치에 따른 데이터 접근·정보교환 제한으로 심사를 중단, 심사결과 발표 지연이 유력해졌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코로나19, 유가하락 리스크로 인해 해외 수주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 갈등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규제에 따라 친환경 상선 발주가 늘고 산유국의 LNG 프로젝트도 정상화되면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