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해외언론이 우리나라의 대응을 칭찬하는 이유는?

2020-04-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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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180만명, 사망자가 11만명을 넘었지만, 아직도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나라 중에서, 현재까지 위기의 발원지인 중국,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확산세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다. 국제사회는 이 네 나라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다. 4월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전염병 예방에 노력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험을 전달하였다. 같은 날 오후 중국의 코로나19 공동방역팀장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와 전 질병관리본부장이었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중국 CCTV를 통해 특집 화상 대담을 진행하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견된 2월 중순 이후 확진자 수가 일주일 만에 두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로 폭증하면서, 우리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국이 되었다. 그 결과 3월 초 100개국 이상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거부했다.

3월 10일을 전후로 확진자 수에서 이탈리아와 이란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180도 전환되었다. 특히 영토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에서 증가세가 가속화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감소세가 확연해진 후, 국제여론은 우리나라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증상이 없어도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경로 추적과 안내 문자 발송, 감염자 및 치사자 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예방조치(특히 마스크 쓰기)에 대한 적극적 협조,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신속한 정책결정을 통해 진단장비 개발 및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등이 성공 비결로 간주되었다.

우리 국민은 물론 해외 입국자에 대한 무상 검사가 대규모 감염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행정능력과 의료보험제도도 관심을 받았다. 공공 보건을 위해 개인의 자유 및 사생활 보호를 부분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물론 사재기를 하지 않은 성숙한 시민의식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언론 보도가 칭찬일색은 아니었다. 감염 경로 추적 과정에서 정부가 위치 정보, 결제 정보, CCTV 녹화 자료 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다. 또한 31번 환자와 연계된 신천지 신도 전체에 대한 강제적 검사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일부 종교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해외언론이 우리나라의 대응을 칭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응 방식으로부터 교훈을 도출하는 데 있다. 성공적인 모델에 대한 모방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가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무증상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마스크 쓰기 등의 정책을 도입하였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정부는 우리 기업이 개발한 진단 장비의 수입을 신속하게 승인하였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는 중국 모델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 있다. 위기의 발원지로 비판을 받아 왔던 중국이 확산세를 진정시킨 3월 말 이후 적극적인 대외 홍보 및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4월 13일 기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확진자 수가 중국보다 많다. 치사율에서도 중국(4.1)은 독일(2.4), 미국(3.9)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며 스페인(10.3), 이탈리아(12.7), 프랑스(10.9)의 절반 이하다. 중국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성과가 과장되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10만명당 발생률을 보면 중국(57)은 미국(1693), 스페인(3568), 이탈리아(2301), 프랑스(1986), 독일(1526)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우리나라(204)보다 훨씬 낮다. 이를 근거로 중국 언론은 중국에 대한 비판이 서방 국가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술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처방식에 대해서도 중국은 서방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중국을 ‘아시아의 병자’로 조롱하며 우한 봉쇄와 여행 금지 조치를 전체주의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던 많은 서방 국가들이 결국 중국과 유사하게 강제적 격리나 봉쇄를 피할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제 격리 제안에 대해‘뉴욕은 우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폭발적 확산이 지속되자 사실상 봉쇄 조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우한 봉쇄를 중국적 특색으로 주장했던 서방 전문가들은 이중 잣대를 가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빨리 극복한 경험을 인도주의적 원조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우한 바이러스’로 부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친중이라고 비판하는 데 열중하는 동안, 중국은 세르비아, 캄보디아, 러시아 같은 일대일로 연선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물론 이탈리아에 마스크를 포함한 의료품은 물론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까지 파견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지원활동은 위기의 발원지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미국과 다른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면, 대도시의 강제적 격리나 봉쇄 없이 대규모 확산을 제어한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다른 위기 대응 모델을 제시한 국가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의 희생과 봉사가 더 필요하다. 지난 2월 중순과 같이 섣불리 긴장을 푼다면,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가 허사가 될 수도 있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그날까지 다 같이 조금 더 참고 견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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