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전경
서울 아파트 시세의 풍향계로 꼽히는 강남3구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최고가와 최저가 거래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입지의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주의 거래텀으로 수억원 가격차가 벌어지면서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시장 개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와 만나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대장주인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11층)은 지난 7일 22억원에 거래돼 올들어 이 아파트 종전 최고가인 20억5000만원(1월 10일 거래)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센츠 전용 84㎡은 지난달 6일, 8층 매물이 16억원에 거래돼 '잠실 부동산 폭락설' 우려를 키웠던 아파트다. 16억원짜리 거래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부자간 거래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전용 84㎡ 매물이 지난 7일 26억8000만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크로리버파크의 직전 실거래가(84㎡·2월 29일)는 33억7000만원이다. 약 한달 만에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가격이 7억원가량 벌어진 셈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3억원대에 거래된 물건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8층(105동) 매물인 반면 26억원대에 거래된 물건은 한강 조망이 불가능한 저층(5층·101동) 바깥동으로 호가 자체가 한강뷰에 비해 5억~6억원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올들어 신고가와 급매가 동시에 소화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물은 지난 1월 22억원(13층)에 거래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 2월에는 21억원대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동일면적 급매가격은 19억~20억원대에 형성됐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전용 99㎡ 매물이 지난 1월 25억3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뒤 최근에는 23억원대 급매로 나와 거래됐고, 엘스 아파트 전용 84㎡도 지난 1월 20억3000만원의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 18억원대 선으로 내려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대출규제로 주택거래가 급감하면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가 활발할 때에는 가격 비교 대상이 많아 비정상 거래를 확인하기 쉽지만 거래 침체기에는 한두건의 이상 거래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갱신-낙폭확대-집값 하락'패턴이 나타났는데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의 긴장감은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규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실제 움직임과 다른 이상거래만 부각되는 '가용성 휴리스틱' 현상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깔려있다"면서 "정부의 '헬리콥터 머니'로 금융시장 회복은 빠를 수 있지만 실물경기 회복은 더디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시장의 움식임을 살펴 본 뒤 방향이 가시화되면 움직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