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현대HCN M&A가 필요한 이유

2020-04-14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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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합병 후 상장…가치 제고ㆍ지배구조 개편 기대

가입자수 증가ㆍ콘텐츠 협상 경쟁력↑…투자비용 증가는 부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SK텔레콤 제공]

[데일리동방] 케이블TV 사업자인 현대HCN을 두고 국내 통신3사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중 SK텔레콤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개편 일환으로 SK브로드밴드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한 상황인 탓이다. 현대HCN 합병을 통해 가입자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OTT(Over-the-top : 인터넷을 통한 TV서비스)가 케이블TV는 물론 IPTV 등 유료방송을 대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비용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자회사 상장 일정이 1년 정도 순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외부 펀딩을 받은 자회사 혹은 사업부를 대상으로 IPO를 고려중이다. SK브로드밴드, 11번가, ADT캡스, 원스토어, 웨이브(WAAVE) 등이 그 대상이다. SK텔레콤이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가치 제고다. ‘탈통신’을 가속화해 ICT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금융투자업계는 SK텔레콤이 저평가를 받는 이유로 비상장된 자회사를 꼽고 있다. 적정 기업가치를 받기 위해서는 주력 자회사 상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신업은 막대한 자본적지출(CAPEX) 발생으로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다.

SK텔레콤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 기업이다. 중간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지주사 자회사 지분 30% 이상 확보) 시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매수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회사 상장은 SK텔레콤이 실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연결돼 있는 셈이다.

최근 SK텔레콤 자회사 중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SK브로드밴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케이블TV 사업자인 자회사 현대HCN을 물적분할 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탓이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포함)는 가입자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24.03%다. 현대HCN을 인수합병하면 28%로 LG유플러스(24.72%)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

케이블TV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사양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IPTV를 앞세워 시장을 점유한 통신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가입자수를 늘려 콘텐츠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한 이후에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추가 M&A를 거론한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입자수를 늘려 콘텐츠 가격 협상력을 높이면 이론상 수익성은 개선된다"면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은 현대HCN이 SK브로드밴드 상장 시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OTT 등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인수 효과는 낮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콘텐츠연합플랫폼이자 OTT 사업자인 웨이브(지분율 30%) 상장도 준비중이다. 2월 말 가입자수는 170만명 수준으로 경쟁업체인 넷플릭스(230만명 이상)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웨이브 가입자수는 총 1000만명이다. 현대HCN을 인수하면 가입자(130만명)는 늘겠지만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명확히 가늠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는 지역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전국구를 지향하는 이통사 인수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또 통신사들이 몸집을 키워 콘텐츠 공급자에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현대HCN 등 인수 시 이통사들이 막대한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다만 SK텔레콤이 결합상품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향후 IPTV, 케이블TV, OTT 경계는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며 "최근 SK브로드밴드와 웨이브가 결합상품을 출시해 미디어 계열사간 첫 협력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HCN 가입자당 매출액(ARPU) 등을 통한 기업가치 산정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미디어산업 지각변동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은 불변의 진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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