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의에도 레버리지 원유 ETN 개인 누적 순매수액 ‘4380억’

2020-04-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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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괴리율 63.92%… ETN 평균대비 10배 이상 고평가

금융당국의 잇따른 주의에도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의 위험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이후 개인 누적 순매수 금액이 4000억원을 웃돌고 있고, 4개 상품의 평균 괴리율이 63.9%에 달하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이하 레버리지 ETN)의 개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4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 개인들은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을 2187억원어치 사들였고 다음으로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1828억원)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H)’(259억원) △‘QV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106억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ETN에 대해 소비자경보 등급 중 가장 높은 ‘위험’을 발령했지만 일부 종목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우려감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개인들은 삼성 레버리지 ETN을 9억7400만원어치 순매수했고, 미래 레버리지 ETN은 3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잇따른 경고에도 매수세가 유입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레버리지 WTI ETN 4개 종목에 대해 단일가매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가장 큰 우려는 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 간 괴리율 확대다. 4개 레버리지 ETN 상품의 평균 괴리율은 63.91%다. 삼성과 신한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은 각각 82.59%, 61.55%에 달한다. QV와 미래에셋도 각각 58.96%, 52.56%에 달하고 있다. 이는 유가상승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N을 급격히 사들인 반면, 유동성 공급과 괴리율을 조정하는 유동성공급자(LP)의 보유물량을 모두 소진한 게 이유다.

ETN은 보통 괴리율이 6% 범위 안에서 관리되는 만큼, 현재 괴리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 4개 원유 ETN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은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경우 괴리율은 2.83%에 불과하다.

괴리율의 크기는 손실규모와도 비례한다. LP의 유동성 공급이 재개돼 현재 높은 시장 가격이 지표 가치에 맞춰질 경우 투자자는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차이만큼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 ETN의 상환이 이뤄질 경우 지표 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한다.

더욱 문제는 유가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최근 감산 여부를 놓고 산유국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이 같은 저유가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OPEC+가 가진 긴급 화상 회의는 산유국 간의 치킨게임을 끝내고 유가 정상화를 목표로 했지만 산유국 간 입장 차이만 분명히 했다”며 “OPEC뿐 아니라 미국 역시 지난 3일 엑슨모빌 등 대형 석유회사들의 참여 거부로 구체적인 감산 안을 내놓는 데 실패해 국제유가는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한동안 2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볼 때 원유 ETN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면서 “괴리율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린 후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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