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패닉'에도…하룻새 20조 끌어모은 중국 전설의 펀드매니저

2020-04-09 15:23
  • 글자크기 설정

"합리적인 가격에 성장주에 투자하라" 중국의 '피터 린치'

중국서 '제2의 천광밍' 꿈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코로나19 공포로 금융시장이 혼란한 가운데 지난 2월 중국서 새로 출시된 한 펀드는 공모 하룻새 1200억 위안(약 20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목표 금액인 60억 위안을 20배 웃돈 것이다. 중국 전설의 투자매니저 천광밍(陳光明)이 운용하는 펀드다. 최근 내로라하는 글로벌 펀드에서조차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골머리를 앓는 글로벌 스톡 피커(증권 컨설턴트)들에겐 천광밍이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고 했다.


◆ "합리적인 가격에 성장주에 투자하라" 중국의 '피터 린치'
인기몰이한 펀드 명칭은 ‘루이위안 균형가치 펀드’다. 천광밍이 직접 세운 루이위안 펀드에서 출시한 것으로, 3년 만기의 폐쇄형 펀드 상품이다. 루이위안 측은 “업종 선두기업이나 경쟁력있는 기업 주식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출시한 지 약 한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수익률은 -1%다. 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천광밍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것이라 확신한다.

천광밍은 합리적인 가격에 성장주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 접근 방식으로 유명하다. 블룸버그는 그를 1980년대 '미국 주식투자 전설' 피터 린치에 빗댔다. 실제로 천광밍은 중국에서 '가치 투자 대부'로 불린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패닉 속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때 가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단기적 영향으로,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광밍이 중국서 명성을 쌓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침체됐던 2009년이다. 중국 둥팡자산관리에 몸담고 있던 그가 그해 4월 출시한 '둥팡훙 4호' 펀드상품이 대박을 쳤다. 2017년 4월까지 8년간 누적 수익률이 515%를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고작 25%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이는 당시 다른 펀드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천광밍이 주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는 지난해 3월 출시한 '루이위안 성장가치 펀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루이위안 펀드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업종에 75% 투자했다. 편입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은 둥팡위훙(방수시공), 룽지그린에너지(태양광발전), 완화화학(화학), 궈쯔재료(신소재) 순이었다. 

해당 펀드 역시 지난해 공모 당시 목표금액(60억 위안)의 10배가 넘는 자금이 몰려 화제였다. 현재 성장가치 펀드 누적 수익률은 26%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에서 2800선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천광밍 루이위안펀드 창업주. [그래픽=아주경제DB]


◆ 중국서 '제2의 천광밍' 꿈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전 세계 자산운용사가 중국 시장 진출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중국은 이달부터 자국 자산운용 시장을 외국인에게 완전히 개방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에게도 제2, 제3의 천광밍이 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투자자들은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했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를 말한다.  중국 펀드 리서치 회사인 지벤 어드바이저스의 류스천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리면 "중국은 투자자 대부분이 초과 수익률에 굶주려있는 시장"이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액티브 펀드가 죽을 쑤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 펀드평가기관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미국 액티브펀드에서 600억 달러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시장 개방에 힘입어 중국 자산운용 시장이 오는 2023년 30조 달러(약 3경65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까지 블랙록, 맨그룹 등 중국에 진출한 20여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외국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2030년 4%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관리 규모가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