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국내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상장사 1분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를 소폭 웃돌며 선방했다. 7일 삼성전자는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며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업권별로 실적 온도차는 커질 전망이다. 상장사들의 1분기 평균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두 자릿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29곳의 1분기 영업이익전망치는 25조 633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31조6732억원)대비 19%나 줄어든 규모다.
특히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정유업종 실적의 하락 폭이 컸다.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과 S-OIL에 대해 각각 5608억원, 3684억원의 손실로 인한 적자 전환을 전망했다.
항공업계도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적자 기록이 예상됐다. 대한항공의 1분기 손실액은 995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전망됐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모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호텔·레저 업종의 실적 악화가 전망됐다. 증권업계는 1분기 호텔·레저 업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9.2%, 95.8% 줄어들 것으로 봤다. 파라다이스, 모두투어, 하나투어는 각각 -7억원, -88억원, -191억원으로 모두 적자확대가 예측됐고 강원랜드도 영업이익이 34.2%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게임소프트웨어와 인터넷서비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소프트웨어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보다 111%, 94%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예상 영업이익은 28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52.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펄어비스(125%), 넷마블(45%), 네오위즈(33.2%), NHN(9.8%) 등의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인터넷서비스 업종도 실적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들의 인터넷서비스업종 1분기 영업이익 추정액은 2994억원, 순이익은 189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7%, 60.1% 상승했다. 네이버는 영업이익 2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하락했지만 카카오 영업이익 추정치는 767억원으로 전년보다 177.3%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NHN한국사이버결제 영업이익도 40.4%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코로나19, 유가의 급락 등의 악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리라 전망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여행, 항공, 자동차 업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고 유가 급락에 따른 에너지 업종의 부진이 점쳐졌다"며 "2분기 부터는 미국과 유럽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주요 수출 업종의 실적의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은 예상하던 바이고 어닝쇼크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되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나타나며 산업계 전반에 공포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며 "산업계엔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된 뒤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