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코로나 사태가 미국을 온통 휘감으며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며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코로나19 대응에 정신없는 틈을 타 중국은 적극적인 글로벌 코로나 외교를 펼치고 있다. 3월 중순 중국 내 확진자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시진핑 주석은 거의 하루에 한번꼴로 각기 다른 외국정상들과 통화 혹은 전문을 보내며 중국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115개가 넘는 국가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임상 및 방역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90여개 국가에 의료 및 방역물품,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코로나 외교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코로나 외교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며 논쟁이 뜨겁다. 이른바, ‘코로나 실크로드’를 적극 펼치는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불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사실 중국 스스로도 코로나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어 팬데믹 사태로 악화될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황은 중국인 혐오현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가 이미지까지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할 기회를 모색했고, 지금이 적기(適期)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동안 중국이 축적한 코로나 관련 임상실험 및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 정보공유 및 구호물자 공급, 의료진 파견을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개선하고, 또한 대내적으로 실추된 공산당의 리더십과 시 주석의 권위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국면전환용의 반전기회이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일대일로 비판 및 견제설에 대응하고, 추동력이 떨어진 일대일로 사업에 재시동을 걸기 위한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1일 중국 최대의 소상품시장으로 유명한 중국 저장성 이우 기차역에서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여러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방역구호 및 의료물품을 가득 실은 중국~유럽 열차가 유럽 각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코로나 실크로드’ 야심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구축된 ‘이신어우(义新欧)’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이우를 출발해 카자흐스탄, 러시아,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왕복 2만6000㎞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철도이다. 이신어우 중국~유럽 열차는 마드리드까지 약 20일 정도 걸려 해상운송보다 절반 이상 기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2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우를 제외하고도 유럽행 화물열차가 출발하는 중국도시는 15곳이 넘으며, 중국을 출발해 유럽 8개국 12개 이상 도시를 거쳐 가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 이슈를 통해 ‘일대일로’의 명분과 가치를 최대한 홍보할 것이다. 특히, 방역 및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 실크로드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회복과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자 할 것이다.
시 주석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일대일로의 핵심 추진전략인 5통(정책소통, 인프라 소통, 무역창통, 자금융통, 민심상통) 중 의료진 파견 및 상호 전문가 교류의 ‘민심상통’을 강조한 바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인프라 소통이 아닌 사람 간 교류를 더욱 강조한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국가들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소프트웨어 실리외교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글로벌 패권경쟁에 또 다른 이슈 메이커로 등장하면서, 향후 한국의 역할론도 중요해질 것이다. 전 세계가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코로나 외교를 최대한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미·중 양국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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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