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을 직접 마주할 수도 없고,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기에 더더욱 그립고 아련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든 지금, 벚꽃엔딩을 들으며 꽃내음을 만끽했던 그때를 사진으로나마 추억하리라. 혹여 이 사진을 보다 마음이 동해 꽃놀이를 보러 훌쩍 떠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내년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니까.

벚꽃과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진 여좌천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이 중에서 장복산에서 발원해 진해만으로 흘러가는 여좌천은 폭이 좁은 하천으로, 좌우에 산책하기 좋도록 데크가 가지런히 깔려 있고 군데군데 다리가 놓여 있다. 20여년 전 방영된 드라마 '로망스' 덕에 유명해진 로망스다리는 인증사진 명소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진해여중 앞에서 북쪽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1.5㎞에 달하는 이 벚꽃길은 미국 CNN 방송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곳 중 하나로 선정함으로써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연인이 손을 잡고 걸으면 결혼에 도달한다고 해 일명 '혼례의 길'로 불리기도 한다. 야간 경관 조명까지 설치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여행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좌천 상류 평지교 옆 주차장 서쪽에는 내수면환경생태공원 후문이 숨어 있다. 아담한 크기 저수지는 2008년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다. 장복산 산허리와 저수지 주변 벚꽃이 수양버들 가지와 어울리면서 수면에 반영을 그리면 천국이 따로 없다.
여좌천 상류에 놓인 평지교에서 장복터널 초입인 장복로 사거리나 구민회관 인근 가마니골 삼거리까지 이르는 마을길에서 바라보는 벚꽃군락은 그대로 비경이다.

장복산 조각공원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산구와 진해구 경계에 솟은 장복산 조각공원 길도 벚꽃 감상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창원과 진해를 잇는 장복터널에서 시작해 장복산조각공원 표지판과 휴게소를 거쳐 마진터널에 이르는 1.5㎞ 예전 산중 도로변에는 벚꽃이 살포시 피어나 봄날 드라이브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장복산조각공원을 산책하기도 좋다. 소나무숲 사이로 데크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서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을 뿐 아니라 곳곳에 세워진 조각작품들도 심미안을 키워준다.
본래 장복산은 아픔을 간직한 산이다. 1979년 8월 이 산은 38명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수해를 입었다. 진해 사람들은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이 자리를 아름다운 조각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경화역에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들어오는 기차.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촬영이 취미인 여행객은 경화역 철길을 선호한다. 진해역과 성주역 사이에 들어선 경화역은 2006년부터 여객업무는 하지 않는다. 이름만 남고 역사 건물은 없어졌지만, 길이가 800m 정도 되는 벚꽃터널 사이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벚꽃이 만발한 철길 위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벚꽃이 떨어질 때면 열차에 흩날리는 벚꽃이 환상적인 낭만을 선사한다.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인 경화역에서 세화여고까지 이어지는 철로변 벚꽃은 여좌천보다 한가하게 벚꽃을 즐길 수 있어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이면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 2009년에는 군항제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여객업무를 재개하기도 했다. 올해는 군항제가 취소됐지만, 매년 벚꽃축제 셔틀열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모두 서행운전을 해 관광객들이 벚꽃낭만을 만끽하도록 배려한다.
진해우체국(1912년 준공된 옛날 건물로 사적 제291호)과 가까운 제황산(110m)공원도 온 가족이 찾아보기에 좋은 명소다. 365개 계단을 이용해도 좋고 편하게 모노레일을 탑승해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진해탑 전망대에 오르면 벚꽃이 뽀얗게 드리워져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진해 전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벚꽃은 평소 보기 힘들고 군항제 기간에만 영내가 개방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 대상이 되곤 했다. 시가지 벚나무보다 더욱 풍성하게 꽃을 피운다.

여좌천 야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낮 여좌천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벚꽃 만개한 여좌천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에 핀 벚꽃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에 핀 벚꽃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2020년 경화역에 핀 벚꽃.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창원시 제공]

2020년 현재, 여좌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