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노태우 정부, 일왕 방한 초청 검토…"아키히토, 첫 해외방문 韓 희망"

2020-03-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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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30년 기한만료' 1989년 외교문서 해제

노태우 대통령, 방일 준비 과정서 일왕 방한 고려

노태우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해 퇴임한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을 초청하는 방안을 외교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한·일 양측이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1989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노태우 대통령의 이듬해 일본 방문을 준비하면서, 방일 이후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을 고려할 것을 외교 과제로 제시했다.

일본 측도 일왕의 한국 방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989년 4월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당시 일본 외무상은 “일본 정부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왕 최초의 해외 방문으로 방한을 실현하는 것을 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노 외무상은 “방한 관련 한국 내 미묘한 상황도 있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은밀히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것과 ‘일왕 방한’이라는 사안의 민감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당시 일본 총리도 같은 해 8월 1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국제적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이전에 방한을 계획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못한 적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나카야마 다로(中山太郎) 일본 외무상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일왕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일왕의 외국 방문은 각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역사가 있다며 ‘황실이 외국과의 친선우호 증진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가능한 한 빨리 (일왕의) 외국 방문을 재개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90년 노 대통령 방일 당시 궁중만찬에서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당시로써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후 양측은 일왕의 방한과 관련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이 성사되는 듯했다.

하지만 1990년대 국내 위안부 문제 재조명과 일본 내 우경화로 등으로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은 실제 성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슈퍼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 국교 수립 등 내용이 포함된 1577권(약 24만쪽)의 1989년 외교문서를 해제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7차례에 걸쳐 총 2만8000여권(약 391만쪽) 외교문서를 공개해왔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 주최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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